6월 개헌이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됐다.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고,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시한은 4월23일이었다. 자유한국당은 6월 개헌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개헌이 불발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말 개헌 의지가 있기는 한 걸까.
농약 고등어탕. 경북 포항시의 어촌마을,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을 고등어탕에 살충제 ‘엘산’을 넣은 혐의를 받은 ㄱ씨가 범행을 시인했다. “(후임) 부녀회장이 나를 왕따시키는 등 무시하는 것 같아서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ㄱ씨는 3년 동안 부녀회장이었다. 그는 1박2일간 벌어지는 마을행사 음식 장만 과정에 초대받지 못하자 솥에 담긴 고등어탕에 엘산을 넣었다. 엘산은 사람이 먹으면 사망률이 12% 이상 되는 독성물질이다. 4월27일 포항남부경찰서는 ㄱ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국방부가 4월23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기지 보수공사를 강행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서다. 경찰은 장비 반입 3시간 전 22개 중대 1700여 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사드 기지 길목을 지키던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 관계자 150여 명을 끌어냈다. 자재와 인력이 들어가는 길이 열렸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에 대한 갑론을박은 2년 전 ‘배치설’이 나오면서였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26일 사드를 전격 배치했다. 지난해 내내 중국은 경제보복 운운하며 들끓었다. 중국의 헛기침에 우리 경제가 휘청댔다. 이날 작전은 정상회담 전 ‘알박기’ 하듯 펼쳐졌다. 표면상 사드는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체제로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쓸모없어진 사드는 언제쯤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엄마 상어 뚜루루뚜루. 아빠 상어 뚜루루뚜루. 동요 의 인기는 아이 있는 집은 다 안다. 땅에 ‘뽀통령’(뽀로로)이라면 물에 ‘뚜루루뚜루’(상어가족)다. 국악 버전, 팝 버전, 빠른 버전, 느린 버전 등 버전마다 아이들은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이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4월25일 자유한국당이 선거 노래로 쓰겠다고 하면서다. 제작사 ‘스마트스터디’는 논란이 되자 “을 비롯한 아이들의 동요가 어른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특정 정당(자유한국당)에서 무단으로 선거송에 사용하고 있다. 검토 결과에 따라 강경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동요는 정치에 쓰이면 안 될까. 그것도 유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직전 머리발언에서 “멀리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아,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며 말을 이어갔다. 정상회담 만찬을 위해 평양냉면은 판문점 북쪽 판문각에서 남쪽 만찬장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날 전국의 평양냉면 식당은 인산인해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26일 일본 에 출연해 “한국 여론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실제로 지지하는 계층은 좌파뿐”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의 위장 평화쇼를 나는 믿지 않는다. 같은 야당의 반응조차 차갑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홍 대표의 대통령도 문재인”이라고 강조했다.
10초.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손을 맞잡고 북한에 체류한 시간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 손을 맞잡은 순간,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답하며 손을 끌었다. 북쪽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선 두 정상은 사진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낫 놓고 ㄱ(기역)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모가지를 베어버리더라/ 바로 그 낫으로…” 혁명시인 김남주의 ‘종과 주인’입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사건’에서 시작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퍼레이드’를 보며 조금은 살벌한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시처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갑들의 횡포에 만신창이가 된 을들의 분노는 시 속 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권력자의 불공정과 갑질에 민초들이 저항한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조 전무의 어머니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공사 현장 행패 동영상은 민초들의 저항을 불렀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마치 주인이 종을 부리듯 직원들에게 손가락질하고 등을 세게 밀칩니다. 그런가 하면 바닥에 있는 공사 자재를 발로 걷어차고 서류 뭉치를 냅다 던집니다. 직원들은 큰 죄라도 지은 양 머리를 조아리고 서 있습니다. 자신들의 ‘밥줄’을 쥔 갑의 횡포 앞에 한없이 나약해 보입니다.
주인의 횡포는 반드시 종의 반란을 부릅니다. 최근엔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사회 소통 장치가 발달하고 이를 통한 대중 동원력이 늘어난 덕에 종의 반란은 더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당장 대한항공 직원들의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 단체 채팅방에는 총수 일가의 일탈행위 내용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이를 접한 민초들은 총수 일가의 특권에 찌든 행태에 분노를 넘어 적개심을 드러냅니다. 앞으로도 이들이 한 줌 안 되는 권력으로 행패를 일삼는다면 민초들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물컵 사건에서 그나마 건져올린 교훈입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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