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강제개종교육’ 관련 포스터를 보았다. 이 포스터를 만든 사람은 사이비 종교에 세뇌된 부모에게 감금돼 있다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이의 친구였다. 사이비 종교 교주가 신도에게 그들이 사랑하는 이를 개종시키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교주의 최종 목표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권력과 수입을 늘리는 것이었다.
나는 이 구체적 사건이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 놀랍지 않다. 한국에 사는 이방인으로서 나는 이 나라에서 이뤄지는 맹목적인 사이비 종교 활동의 규모가 큰 것에 항상 충격을 받아왔다. 강제개종교육 문제가 발생한 사이버 종교에 속한 엄청난 신도 무리와 만난 적도 있다. 그들 대부분은 중년이었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를 위해 옷을 맞춰 입고 행진하고 있었다. 이런 무리가 말 그대로 수천 개나 됐고, 행렬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스스로 ‘세계문화평화연합’이라는 단체가 나와 친구들에게 다가왔다. 호텔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성폭행과 사기 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수배된 이가 교주로 있는 사이비 종교의 위장 조직이었다. 이후 서울 생활 초기 한 대형 서점의 한국 교과서 코너에서 독일 노인이 한 문화 기구에서 무료 한국어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며 내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들과 함께하자며 나를 초대했고, 나는 어리석게도 그곳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내가 유일한 학생이고 그 동아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 신자임을 알게 됐다.
그중 한 명이 내게 외국에서 혼자 사는 게 외롭지 않냐고 했다. 나는 외롭지 않다고 답했다. “친구가 많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요.”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가족이 그립지 않은지, 한국에 적응하는 데 어렵지 않은지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고 다시 말했다. 비슷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런 심리전은 한동안 계속됐고 마침내 한 사람이 텔레비전을 가져와 어떻게 ◯◯◯가 전세계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틀었다. 10분쯤 지나, 나는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고, 건물에서 탈출했다.
다행히도 요새는 날씨가 추워 이들이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해 따뜻할 때는 관광객에게 인기 많은 지역에 가면, 말 그대로 50% 넘는 확률로 사이비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주로 2명이 짝을 이뤄 길을 물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그들이 왜 명백히 외국인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길을 묻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진지하게 누가 나에게 길을 묻는 희귀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들은 “도를 아십니까?”가 아니라, “한국 문화가 좋나요?”라고 묻는다. ‘아니요’라고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이후 당신에게 한복 전시회나 문화 축제에 데려가고 싶다고 한다. 나는 그런 초대를 정중히 거절해왔는데, 서울 홍익대 앞에서 1시간 동안 세 그룹이 다가온 지난해 여름 이후 예전보다 덜 정중해졌다.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이비 종교의 이런 ‘열정적’ 전도 행위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갖는 첫인상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이는 단순한 짜증에 불과하다. 하지만 거리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종교가 개종되는 중요한 통로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수많은 사람에게 접근한다면 누군가는 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종교의 자유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부스를 차려놓고 그들의 종교를 설명하는 팸플릿을 나눠주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이비 종교는 불균형한 무게를 지닌 명백한 사회악이다. 그래서 경찰에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인기 지역에 사이비 종교가 전도 행위를 하는 것을 감시하고 제한할 권한을 부여하고, 사람들에게도 이를 신고하게 하는 일이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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