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영국 계급의 변화를 알려주는 가장 좋은 책은 케이트 폭스의 (Watching the English)이다. 문화인류학자인 폭스는 인생의 대부분을 멀리 떨어진 종족과 모호한 문명을 연구하는 데 썼다. 어느 날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영국에 산다는 사실을 알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폭스의 지적은 정확할 것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이곳에 ‘포시(posh) 악센트’(영국 귀족계층의 독특한 발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내 친구는 한국에서 포시 악센트와 가장 가까운 것은 영어 그 자체임을 알려줬다.
영국인은 한 사람과 2~3초만 대화하면 그의 사회적 지위, 부, 교육 수준, 폭력 위협 정도 등을 은밀하지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영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뒤 그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깨달았다.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펍(pub)에 대한 묘사를 제외하고 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것에 동의한다. 폭스는 펍에 대해 백만장자, 택시 운전사, 귀족, 회계사 등이 자기 집에서 벗어나 동등하게 취급받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그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옳지만, 영국 펍이 특별히 평등한 것은 아니다. 몇 주 전 심심하던 차에 나는 서울에 영국식 펍을 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펍의 디자인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많은 영국펍이 ‘스노브 스크린’(snob screen)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노브 스크린은 높은 계급의 사람이 눈에 띄지 않고 술 마시게 가려주는 반투명 유리 가림막이었다.
지금도 런던에 스노브 스크린을 갖춘 펍들이 있지만, 장식용이다. 그렇지만 ‘펍 스노버리’(Pub Snobbery·사회적 차별 의식)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영국에서 가장 크고 저렴한 펍 체인 워더스푼(Wetherspoon)이 주요 타깃이다. 워더스푼에는 블루칼라 노동자 ‘차브’(chav)가 이용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대에 영국에서 외국인 혐오가 다시 일어난다고 가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된 감정의 진정한 변화는 새로운 계급주의의 등장이다. 우리는 ‘48% 대 52%’ 시대에 산다. 이들은 자유주의적인 대도시 엘리트주의자와 무식한 교외의 외국인이다. 중장년층은 중산층과 노동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브렉시트는 질병은 아니지만 증상이다. 2008년 이후 영국에선 경제적 불평등과 기회 불평등이 명확해졌다. 영국의 계층이동성지수는 낮은 수준이다. 우리는 스노브 스크린을 설치하는 시대로 돌아가진 않겠지만, 모두가 같은 펍에서 술을 마시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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