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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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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국뽕’이 불편하가요?

한국에 진실한 애정 가진 사람은 때때로 한국 비판하는 사람…

외국인 대할 때 ‘한국인과 외국인’ 두 범주로 나누지 말아야
등록 2017-11-21 17:34 수정 2020-05-03 04:28
한국에 진실한 애정을 가진 외국인은 한국을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유명해진 미국인 타일러 라쉬는 이른바 ‘국뽕’ 발언으로 유명해지는 것을 꺼린다. JTBC 화면 갈무리

한국에 진실한 애정을 가진 외국인은 한국을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유명해진 미국인 타일러 라쉬는 이른바 ‘국뽕’ 발언으로 유명해지는 것을 꺼린다. JTBC 화면 갈무리

최근 등 방송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미국인 ‘셀럽’ 타일러 라쉬가 트위터에 쓴 글을 봤다. “‘외쿡사람’이라는 표현은 나쁜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찝찝한 걸까요? 저만 그런가요? 왜 이렇게 거슬리지.” 이 트윗을 읽고 사실 속 시원했다. 나 역시 종종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큰일은 아니었지만 불쑥불쑥 찾아드는 ‘마이너’한 불편함이었다.

타일러 라쉬의 발언이 그의 진정성과 진실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텔레비전이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 이른바 ‘국뽕’ 발언으로 쉽게 유명해질 수 있다.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과 ‘그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다’는 욕망을 이용하는 것은 쉽다. 실제 그렇게 경력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여럿 봤다. 그중 한 명은 “왜 그렇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해요?”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게 내 직업이에요. 난 셀럽이잖아요.”

비판은 애정과 존중에서 샘솟아

한국에 진실한 애정을 가진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사투리를 써가며 “이모, 홍어 한 접시 주이소!”를 외치는 사람이 아니다(홍어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그보다는 때때로 한국을 비판하는 사람이 아닐까. 비판이 항상 냉소적인 것은 아니다. 애정과 존중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번 기회에 내가 가진 몇 가지 사소한 불만들을 생각해봤다. 다른 ‘비한국인’ 친구들의 의견도 들었다. 정말 사소한 것들이니, 농담처럼 가볍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을 뿐인데 이런 대답을 들을 때가 많다. ‘홀라’ ‘니하오’를 한다고 스페인어, 중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결국 이 말은 ‘하하, 정말 귀엽네요. 이제 영어로 말씀하시죠’처럼 들린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됐다. 한국어 실력이 좋아질수록 ‘한국말 잘하시네요’라는 말도 덜 듣게 된다는 것을.

“김치를 아세요?” 유명한 한국 음식 블로거에게 들은 얘기다. 그는 미국인이다. 그가 한식 해외 홍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무원들과 점심 식사 자리를 가졌다. 식사가 시작되려 할 때 한 공무원이 그에게 김치 접시를 가리키며 물었단다. “김치를 아세요?” 그는 10년 넘게 한국 음식에 대해 글을 써온 사람이다.

특정 장소 출입 금지. 여전히 한국인만 들어갈 수 있는 바가 많다. 평범한 술집인데도 그렇다. 최근 ‘90년대 케이팝 바’를 들어가려다 “한국인만 가능합니다”라며 저지당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여전히 자주 겪는다. 한국인 친구와 카페에 가서 주문하고 계산할 때 거의 50% 확률로 점원은 내가 말하는 중에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건넨 카드를 결제한 뒤 내 친구에게 돌려준다.

“한국 여성 좋아하세요?” 불편한 질문

서울 이태원에 살고, 외국인하고만 놀 것이다. 내가 어떤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가 곧 제대할 거예요”라고 말하면 상대는 묻는다. “친구가 한국인인가요?” 이 질문은 내가 한국인 친구를 사귈 수 없음을 전제한다. 사람을 두 범주로 나누는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한국 여성을 좋아하세요?” (외국인 여성에겐 “한국 남성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이 되겠다.) 이 질문은 정말 지뢰밭 같다. 답은 뻔하다. 그저 그가 누구인지에 달렸을 뿐이다.

내가 한국에서 운 좋은 외국인에 속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 사실에 매우 감사한다. 영국에 걱정해야 할 심각한 일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독자 여러분이 오해 없이 읽어주길 바란다. “독자 여러분케, 캄사하무니다”

다니엘 튜더 전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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