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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버블코인’에 투자를!

곳곳서 터져나오는 암호화폐 위험신호…

거품이 빠지고 난 뒤 찾아올 파국
등록 2018-01-18 13:22 수정 2020-05-03 04:28
여기저기서 암호화폐의 위험신호가 터져나온다. REUTERS

여기저기서 암호화폐의 위험신호가 터져나온다. REUTERS

3년6개월 전, 나는 기술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다. 그때 비트코인에 투자하던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비트코인에 대한 내 견해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기반기술은 유용하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거품이라는 것이다.

비록 비트코인 공급이 제한적이라지만 다른 가상화폐는 무한히 공급할 수 있다. 17세기 최초의 거품경제 현상이라는 네덜란드 튤립 거품과 달리, 각각의 암호화폐는 그 자체로는 가치가 0이다. 암호화폐의 가치는 누군가의 투자 의향에 따라 결정된다.

누군가는 (비슷한 예로) 분명 금을 이야기할 것이다. 금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는 인간의 ‘매혹’에 바탕한 예외적 사례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비트코인 역시 오랜 기간 지속될 거라고 말한다. 나도 3년6개월 전 그것을 거품이라 하며 웃어넘기는 대신 전 재산을 투자할 만큼 ‘어리석었으면 좋았겠다’고 이따금 생각한다.

그때 내가 놓쳤던 것은 비트코인 투자자가 대중에게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전히 거품의 ‘인식 단계’에 있다. 비트코인이 경이로운 수익률을 내는 동안에도, 수백만의 사람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내 지갑’에 쌓아놓지 않고 있다. 대개는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본 정도다. ‘이것이 미래다’라는 내러티브와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의 (질투를 유발하는) 이야기가 조합되면서 ‘열광 단계’가 열렸다.

나는 곧 ‘붕괴 국면’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 최근 한 파티에서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친구가 비트코인에 대해 얘기했다. 가격이 하락할 일은 절대 없으며, 곧 10만달러(약 1억700만원)까지 오를 거라는 이야기였다. 2주 뒤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또 다른 친구는 거대한 헤지펀드 자금이 막 유입될 찰나라고 말했다. 역시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나의 한국어 선생님은 재미로 30만원어치 가상화폐를 샀는데, 그 가치가 이틀 뒤 두 배로 뛰었다고 했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을 거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위험신호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은 최근 계속 암호화폐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어떻게 투자하는지, 무엇을 살지 등등. 이것은 이제 더는 끌어들일 투자자가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 곡선을 들여다보면, 1999~2000년의 인터넷기업 주식,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의 금, 1980년대 후반 일본 주식의 가격 변동 곡선과 매우 유사하다. 비트코인 곡선이 조금 더 아찔할 뿐이다.

닷컴거품이 있던 기간에는 10억달러의 가치는 있지만 자산도, 심지어 사업 계획도 없는 회사들이 있었다. 1720년 영국 ‘남해회사 거품 사건’에서 사람들은 “대단한 수익을 실어나른다는데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르는” 회사에 수십억을 투자했다. 거품이란 그 대상에 대한 ‘무지’를 수반한다. 암호화폐 열풍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 ‘짤’로 유명한,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내세워 비트코인을 패러디한 장난 같은 화폐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최근 20억달러를 돌파했다. 대마초 산업을 위해 만들어졌고. 전직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보증한 ‘팟코인’의 가치는 8천만달러에 이른다.

나는 사회적 풍자의 방법으로 암호화폐를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이름은 ‘버블코인’. 이 돈이 나에게 돈을 벌어주는 것 외에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명시할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도 경쟁은 있다. ‘100% 정직한 암호화폐’임을 내세우며 ‘쓸모없는 이더리움 화폐’(Useless Ethereum Token·UET)라고 이름 지은 UET는 투자금으로 37만6386달러를 모았다.

가상화폐의 붕괴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붕괴를 앞둔 몇 달 동안 비트코인 가치는 상승할 수도,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 이미 붕괴가 시작됐을 수도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만연한 투기를 생각해보면, 거품이 빠졌을 때의 파국만은 확신할 수 있다.

다니엘 튜더 전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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