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을 할 때는 장기적 틀에서 하는 게 좋다. 그래야 예측이 틀렸을 때 당신이 뭔가 예측했다는 사실을 모두 잊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칼럼(제1164호 ‘동지 잃은 노동당 동지 코빈’)을 쓸 때 이 점을 생각했어야 한다. 난 3주 전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가 이번 영국 총선에서 큰 표차로 승리할 것이고, 야당 지도자 제러미 코빈은 노동당을 매우 곤혹스럽게 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썼다.
나는 완벽히 틀렸다. 노동당은 여전히 제1야당이고, 메이 총리는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코빈 당수는 40%대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는 노동당이 보수당에 견줘 10~20%포인트 뒤진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지만, 이후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내가 정치적 예측에 완전 실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다른 한 번은, 한국에 대해 논할 때였다. 나는 한국이 비효율적인 야당과 독재자스러운 정신 상태를 가진 박근혜로 구성된 ‘일당 국가’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최순실이 등장했고, 온 세상이 뒤바뀌었다.
나는 본질적으로 다른 두 나라에 대한 동일한 예측을 했다. 공통 요소는 우파 정당, 즉 여당의 전문성과 조직 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주류인 우파 정당이 이데올로기보다 권력을 중시한다고 본다. 그들의 첫 번째 목적은 선출되어 나중에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 걱정하는 것이다. 진보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정확하고 정합성 있는 것을 좋아하고 그 때문에 종종 실용성에 해를 끼친다.
이런 이유로 영국 보수당 같은 정당은 괜찮은 선거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알며, 그들의 편인 많은 언론의 도움으로 많은 승리를 거둬왔다. 이번엔 달랐다. 코빈은 잘 싸웠지만 (이번 선거는) 노동당의 승리라기보다 토니(보수당)의 패배였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선거까지 3주나 남은 상황에서 보수당이 ‘강하고 안정된’이라는 슬로건만 되풀이하는 것에 지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접근이 유럽연합(EU)에 불필요하게 적대적이며 절망적으로 모호하다고 받아들였다.
2000년대 초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최대 라이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이었다. 나는 응원하는 맨유가 이길 때조차, 아스널이 더 잘했는데 맨유가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아스널이 모든 공격권을 갖고 언제든 점수를 낼 수 있다고 여겼다. 나중에 아스널을 응원하는 친구와 얘기해보니 그는 정확히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나는 정치에 비슷한 편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언제나 최고의 태세를 갖출 것이라는 두려움 말이다.
이번 영국 총선에서 아무도 승리하지 못했고, 이는 어떤 측면에서 가장 끔찍한 결과였다. 영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되며, 우리는 닻과 방향타도 없이 브렉시트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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