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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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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공기’ 항의하세요

와이파이 없는 건 참지 못하면서, 왜 공기청정기 설치는 요구 안 하나
등록 2018-04-06 22:45 수정 2020-05-03 04:28
서울역에서 경기도 수원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비치된 미세먼지 마스크. 연합뉴스

서울역에서 경기도 수원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비치된 미세먼지 마스크. 연합뉴스

최근 한 베이징 레스토랑 호평 기사를 읽었다. 기자는 그곳 음식이나 분위기를 칭찬한 게 아니었다. 그 레스토랑이 깨끗한 공기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스토랑 주인이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미세먼지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내에 머무르는데 공기가 깨끗하지 않다면, 실내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 나는 집에서 항상 공기청정기를 켜두고 있다. 아마 내게 아이가 있다면, 거의 편집증 수준으로 이 문제에 집착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일하고 공부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외부 공간’의 공기 질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사업적 측면에서 ‘우리 가게는 공기가 깨끗해요’ 같은 문구는 또 하나의 ‘셀링 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한다. 공기청정기가 있다는 내용이 붙은 카페 A와 그렇지 않은 카페 B가 있다 치자. 다른 조건이 같다면 나는 분명 카페 A로 갈 것이다.

지금 이 글도 카페에서 쓰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한 시간쯤 앉아 있었는데, 목 안쪽이 건조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커피 한잔을 살 때 우리가 사는 건 커피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건 쾌적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험이다. 이때 ‘쾌적한 공간’에는 깨끗한 공기도 포함되어야 한다.

아직 이와 관련한 온·오프라인상의 풀뿌리 시민행동이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 왜 우리는 공기 질이 이토록 나쁜 상황에서 업소나 공공기관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의무화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걸까. 우리는 흔히 와이파이가 없는 것은 참지 못한다. 그런데 왜 ‘더러운 공기’는 참는 걸까? 사람들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서비스, 사소한 문제로 항의할 때조차 점원이 깍듯하고 공손한 태도를 유지할 것 등을 요구한다. 정작 합법적으로 요구해야만 하는 것은 요구하지 않는 것 같다.

기업은 사무실과 공장의 깨끗한 공기를 유지함으로써 ‘노동자 건강을 생각한다’는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대부분의’ 공공기관 사무실에는 공기청정기가 있다”고 말하는 공무원에게 말한 적이 있다. “‘모든’ 공공기관에 있어야 한다”고. 호흡기관이 끊임없이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의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사무실 공기가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부동산 기업 JLL이 2015년 베이징의 160개 빌딩 로비, 복도, 계단, 화장실의 대기오염 정도를 측정한 결과, 90%가 길거리의 대기오염 정도와 비슷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의 효과를 두고 한바탕 난리법석이 있었다. 나는 서울시 대책에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의 실험적 적용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중국 시안시는 100m 길이의 ‘스모그 타워’를 설치했다. 이 ‘스모그 타워’는 주변 10km²의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 한 독일 기업은 가로 3m, 세로 4m의 사각형 공간에 이끼 배양 시스템을 만들어 275그루의 나무가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효과를 내는 공기 청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가격은 2만5천유로(약 3300만원)다.

이것이 ‘결정적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너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확고하게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하루 50억원)과 비교하면 이런 신기술 실험에 드는 돈은 적다. 장기적으로는 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비롯한 건지, 국내 요인인지, 혹은 둘 다인지 명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답을 찾을 때까지는 지금 당장의 대기를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는 가게에만 가는 것으로 실력행사를 하길 권한다.

다니엘 튜더 전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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