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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엔 사람이 산다

김정은과 북한 로켓에만 관심 있는 미국 언론, 한국민 ‘인간화’해서 보지 않아
등록 2017-11-03 16:35 수정 2020-05-03 04:28
미국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 개입이 지금처럼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예외적 인물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 개입이 지금처럼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예외적 인물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연합뉴스

별로 관심 없을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 최근 한국 친구랑 ‘카톡’ 대화를 했다. 나는 처음으로 ‘요즘 북-미 관계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친구는 가볍게 말했다. “한국에선 더 이상 북한이 큰 이슈가 아니야. 박 전 대통령이나 집값이나 단풍놀이가 북한보다 더 큰 이슈야. 사람들, 관심 없어.”

나는 이것이 사실임을 잘 안다. 서울은 오랫동안 ‘서울을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어버린다’는 북한의 위협적 수사와 함께 살아왔다. 북한 관련 뉴스는 외신만 흥분시킬 뿐, 한국인에게는 그것이 무엇이든 무시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지난 7월까지는 나도 그랬다. 북한과 관련해 내게 일어나는 불편은 어머니가 주기적으로 걸어오는 우려 섞인 전화가 다였다.

이젠 절대적 ‘팩트’가 달라졌다. 북한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국을 직접 위협할 위치에 있어본 적이 없었다. 달라진 팩트는 미국이 북한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또한 미국 대통령이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예외적 인물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처지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심각하게 논의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지 모른다’고 말하는 가운데,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같은 이들이 ‘대화’를 언급하는 상황이다. 나는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하려는 게 뭔지 아는 시늉도 할 수 없다. 미국 처지를 모른다는 것만큼 중요한 게 북한의 생각이다. 북한은 트럼프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까. 이것이 불확실성의 새로운 요소다.

미국에선 요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이 일부 정부 부처와 같은 친트럼프 언론에서 힘을 얻고 있다. 공화당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공산당원의 46%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원했다. 틈만 나면 군사행동을 주장하는 린지 그레이엄 같은 공화당 의원, 존 볼턴 전 유엔 대사 등도 공격적 발언을 일삼아왔다. 그레이엄 의원은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만약 수천 명이 죽는다면, 그쪽에서(북한) 죽을 것이다. 여기서(미국) 죽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발언을 했다. ‘김정은은 미쳤다. 따라서 전통적 방법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을 파괴하고 싶어 하는 ‘광인’이라는 것이 받아들여지면 선제공격론을 주장하기 훨씬 쉬워진다.

북한은 명백하게 나쁘지만, 이는 ‘미쳤다’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북한은 미국의 가공할 만한 무력을 자기 머리 위로 끌어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북한의 지배 세력은 끔찍한 기근, 경제 붕괴, 남한의 부상, 소련의 몰락, 중국의 경제 개혁과 성장 등을 딛고 3대 세습으로 70년간 한 국가를 지배해왔다. 미쳤다거나 ‘자살 임무’로 이를 해낼 수는 없다.

미국 내에 한국과 한국 사람을 ‘인간화’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없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미국 언론은 전적으로 김정은과 그의 로켓에 초점을 맞춘다. 평범한 한국 사람이나 전쟁이 실제 의미하는 바는 보도하지 않는다. 남한에서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고 말한다. 그 반대는 상상조차 끔찍하기에 바람직한 태도다. 지금 상황은 꽤 심각하다. 우리는 모두 깨어 있어야 하고 소리 높여 평화를 말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다니엘 튜더 전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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