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지 와 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방송통신업계의 밑바닥을 봤고, 그곳에서 민주노조를 하는 노동자들을 만났고, 결국 취재원과 유착해버렸다. 지금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이다. 강성노조 전문시위꾼으로서 자부심은 넘치지만 ‘기자님’ 앞에서는 철저히 을이 된다. 이런 처지에 기자님들을 실명으로 칭찬하고 비판하는 것은 분수에 어긋나는 일이고 결례가 아닐 수 없지만 용기를 내어 적어본다.</font>
지난 1월 22일 LG유플러스고객센터 상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특성화고 3학년이었고 콜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었다. 전공은 반려동물이었지만 딸은 당장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하는 만큼 벌어갈 수 있다’는 직장을 찾았다. 그곳은 LG그룹 구씨일가가 차린 콜센터 회사였다. 이곳은 2주마다 한 기수씩 뽑을 정도로 노동자를 소모하고, 하루에 받아야 하는 콜(call) 수가 정해져 있고, 70여가지 실적을 기준으로 상담사들을 10등급으로 평가하고 줄 세우는 곳이었다. 자신감도 책임감도 강한 ‘멋진 딸’이었지만 그곳에서는 콜수도 못 채운 9등급이었다. 고인은 그렇게 버려졌다.
지금은 다 알려진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을 처음 접한 것은 설 연휴 때였다. 그리고 2월 2일 지역언론, 지역단체, 조합원 등 십여명을 접촉한 결과를 정리해 노조에 첫 보고를 올렸다. A4 한쪽이 넘는 이 보고서의 결론은 ‘수소문했지만 단초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콜센터에는 노조가 없고, 회사가 노동자들을 실적으로 분리하고 경쟁시키는 탓에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
2014년 서른살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라 심증은 있었지만 끈도 줄도 없는 터라 확인은 더디게 이루어졌다. 유족을 접촉할 방법도 없었다. ‘고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정체 모를 소문들만 퍼져 있었다. 그래서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 고인을 추모하는 논평을 쓰고 정리하는 게 어떨까’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전라일보 하미수 기자는 고인이 발견된 이튿날인 1월 24일 <font color="#C21A1A">후속기사</font>를 썼는데 그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A양은 최근 학교에서 한 회사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실습을 나갔으며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일보를 포함해 몇몇 지역신문이 ‘업무 스트레스’를 언급했고, 기자 경험상 이런 내용은 유가족이 진술한 내용을 경찰이 기자에게 브리핑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유족의 진술이 있는 이상 포기할 수 없었다.
계속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국회에 자료를 요청하고, 단체들을 모으려고 애썼다. 2월 말에 유족을 만날 수 있었고, 고인이 생전에 남긴 증거들(“아빠, 나 콜수 못 채웠어”)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전주에서 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서울에서도 대책회의가 꾸려졌다. 국회에서도 힘을 실어줬다. 수많은 언론사가 이 사건에 주목했다. 유가족부터 지역의 운동단체들까지 석 달 동안 쉼 없이 움직였고 일인시위, 출근선전전, 추모집회, 교섭…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언론도 제 역할을 다해줬다. 그래서 고맙다. 물론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언론에 실망한 일도 많다. 기사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리자 득달 같이 달려드는 볼펜과 카메라를 보면서 서운했고, 밤 10시에 고인이 발견된 저수지로 유가족을 불러내 선정적인 장면을 담으려고 종합편성채널 기자에 분노했고, LG유플러스를 ‘한 이동통신사’로 가린 기자들에게 실망했다. 그러나 고마운 기자들이 훨씬 많다. 참소리 문주현, 전북일보 남승현, 전북교육신문 문수현, 프레시안 허환주, 참여와혁신 김민경, 구태우, MBC 임경아… 손가락이 부족하다. 이중 하미수 기자는 가장 먼저 고마움을 표해야 할 기자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font color="#C21A1A">http://bit.ly/1HZ0DmD</font>
카톡 선물하기▶ <font color="#C21A1A">http://bit.ly/1UELpok</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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