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 없는 자들이 봉기하는 곳은 항상 국가와 자본이 수용 불가능한 지점이다. 이 말은 바로 그곳에서 관리자 계급과 자본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지난겨울, 우리는 광장에서 엄청난 운동을 했다.
언론도 운동하는 주체다. 직접 부딪히진 않더라도 싸움을 목격하고 기록하고 공유한다. 그런 점에서 기자는 굉장히 적극적인 주체다. 어떤 문제를 쓸지, 어떤 사람을 인터뷰할지, 제목과 부제를 어떻게 지을지 기자는 판단해야 한다. “나는 매사 불편부당하고 중립을 지키는 저널리스트다”라는 몇몇 기자의 선언은, 그래서 위선이거나 무지다.
이런 문제제기에 황기현 기자가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그는 6월24일 ‘시민들 위해 개방한다는 청와대 앞길에 불법 천막 설치한 민주노총’이라는 기사를 썼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청와대 인근에 천막을 세운 것이 불법이고, 시민들의 산책을 방해할 수 있어 문제라는 내용이다. 노조 활동가가 보기에 이 기사는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기사다. 또 혐오에 기대어 혐오를 더 부추기는 무책임한 기사이기도 하다.
는 ‘팔리는 기사’를 쓴다. 이번에도 성공한 것 같다. 이 기사는 6월21일부터 청와대 100m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동지들의 존재를 지운다. 기사에 콜트·콜텍의 정리해고, 하이디스의 기술 먹튀, 아사히글라스의 문자해고, 동양시멘트의 불법파견 등의 문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공투위 동지들이 불과 수개월 전 목숨 건 고공 단식농성을 한 사실도 드러나 있지 않다. 자본과 정부가 이들을 내버린 것조차 알 수 없다. 이 기사는 어떤 주체도 어떤 권리도 옹호하지 않는다. 단지 노동조합을 혐오할 뿐이다.
반면 나는 싸우는 노동자를 옹호해야겠다. 6월29일 저녁 문제의 청와대 앞길에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기타와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공투위 동지들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모여 ‘6·30 사회적 총파업’ 전야제를 했다. 동지들은 해고자가 현장 복귀하고 정부와 자본이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고 외쳤다. 동지들이 있는 그곳, 동지들이 외친 구호는 지금 한국에서 화해 불가능한 것이다. 청와대 100m 앞 노숙농성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언론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거리의 노동자들은 언론에 대단한 ‘인사이트’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으니 이것을 시민들에게 전해달라”는 것이다. 다행히 현장에는 JTBC와 MBC 방송카메라가 있었고, 다른 기자도 여럿 있었다. 몇몇 시민과 언론이 혐오하는 이 노동자들이 조금씩 자신의 권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언론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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