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자는 사회적 요구는 ‘역대급’이었다. 그만큼 저항도 거셌다. 재계와 보수언론은 시급을 올리면 마치 한국 경제가 붕괴될 것처럼 선동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주휴수당 포함 월 157만3770원)으로 결정됐다. 이제야 비로소 한 시간 일하면 밥 한 끼 사먹을 수 있는 사회가 됐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여전히 ‘열일’ 중이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음에도 노동자들은 만족을 않고 투쟁을 벌인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1등 신문이 여론전을 선도한다. 는 7월20일치 12면에 ‘“촛불총장이 나서라” 민노총의 최저임금 전쟁터 된 이대’ 기사를 싣고 시급 7780원을 요구하는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을 맹비난했다.
성유진·이해진 기자와 인턴기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시급(인상) 이외 다른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노총이 ‘촛불총장’이라고 불리는 김혜숙 총장을 압박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대를 이른바 ‘비정규직 적폐 청산’의 시험대로 삼고, 이후 다른 대학 등에서도 시급 인상 등을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노조 혐오’ 기사를 만들어낸 7월19일 밤, 이대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7780원을 따냈다. 지금(6950원)보다 830원 올랐다. 내년 법정 최저임금(7530원)에 비하면 겨우 250원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자들은 ‘최저 인생’ 청소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원청에 맞서 싸워 시급 인상을 쟁취해낸 것을 ‘민노총 주도의 정치투쟁’이라고 비난한다.
기자들이 내 조언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한마디 적는다.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저임금·장시간 노동자를 대표하는 청소노동자들은 ‘해고를 각오하고’ 노조를 만들었다. 10여 년 전부터 현장, 거리, 광장에서 생활임금과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청소노동자들이 법정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임금을 받고 원청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투쟁의 성과다.
한마디 더. 기자님들의 전쟁 상대인 ‘최저임금 1만원’ 구호는 단순한 임금 인상 구호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로 바꾸자는 요구다. 기자님들이 우려하는 민노총의 과도한 요구는 ‘상시 지속 업무 정규직화’이다. 위험의 외주화 이전 상식적인 고용관계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부탁한다. 세상을 거꾸로 보는 그 능력. 제발 인턴기자에게는 전수하지 말아달라. 이대 점거 투쟁 현장에서 취재할 것은 차고 넘친다.
사족이지만 나는 기자님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비난하지 않는다. 노조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조합원의 평균연봉은 약 6240만원이다. 노조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70%는 “현재 임금으로 가계를 꾸리기 빠듯하다”고 답했다. “월급에서 자존심이 나온다”거나 “박탈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다. 타인의 자존심과 박탈감에도 관심을 보여달라. 그게 기자니까.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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