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 했다. 2012년 손학규가 대선 경선에 나서며 들고나온 이 구호는 한국 사회가 가장 많이 회자하는 생활정치 슬로건 중 하나다. 구시대적 노무관리, 강압적 조직문화, 과도한 성과주의…. 음, 사실 옆 동료가 갑자기 픽 쓰러져도 별 이상할 게 없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사는 우리는 틈만 나면 과로사, 과로 자살 뉴스를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이렇게 살다가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기업들은 노동자를 자영업자처럼 만들곤 ‘네가 한 만큼 벌어가라’ 하면서 노동시간을 늘린다. 그래서 저녁과 주말에도 사무실과 영업 현장에 나간다. 그렇지 않아도 총부가가치 대비 노동자에 대한 보상 비중은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각한데 회사는 일을 시키고 또 시킨다.
공범이 많다. 상시 지속 업무를 외주화한 대기업, 중간 착취를 하는 하청업체, 제대로 관리·감독을 않고 기업의 편을 들어온 정부, 노동시간을 줄이랬더니 비정규직을 늘려온 국회가 바로 과로사회를 설계한 주범이다. 이들이 2급 발암물질인 ‘야근’을 퍼뜨리고 ‘노동 지옥’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기자들은 범인을 찾아나섰다. 지난 10월10일, 12일, 17일치 신문에 실린 기획기사 <font color="#C21A1A">‘2017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누가 김 부장을 죽였나’</font>는 이렇게 일하다 죽을 것 같고, 남은 것은 피로와 뱃살뿐인 ‘일바보’들의 이야기다. 3년 내내 주말 없이 일하다 과로사한 중견기업 김 부장과 그 유족의 사연이 담겼다. 기사는 그 밖에 ‘꿈의 직장’에 들어갔다 과로사한 공무원들의 이야기, 과로로 숨진 노동자 열 중 둘 정도만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수상한 제도 등을 소개한다. 숨진 김 부장의 유족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지 왜 다녔어요?” 기사의 문장 하나하나가 전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제도를 개혁해야 할 근거다.
청와대도 경제협력개발기구도 언론도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범인 대다수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여전히 노동 지옥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며 노동자를 쥐어짠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 노동개악 양대 지침 폐기 등을 두고 재계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보수언론은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 ‘귀족 노조가 문제다’ ‘월급 루팡은 어쩔 것이냐’ ‘이러다 노동자 천국이 된다’와 같은 철 지난 타령을 연주한다.
사장님들, 기자님들!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는 살지 말자. 사장님은 ‘언더커버 보스’라도 해서, 기자님은 지인 김 대리, 김 과장, 김 부장에게 물어보기라도 해라. 이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말이다. 일단 기사부터 한번 보시라.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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