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소녀’라는 별명으로 불린 컬링 여성 대표팀. 한겨레 김성광 기자
2월20일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성 3천m 계주에서 한국 대표팀이 1위로 금메달을 땄다. 언론은 이 소식을 ‘톱’으로 올렸다. 경기 내용이 워낙 극적이었고,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파벌과 따돌림이 논란인 상황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의 성과는 돋보였다.
그런데 대다수 언론이 선수들을 ‘소녀’ ‘낭자’로 표현했다. 는 제목에 ‘태극낭자’를 넣었다. 이 표현을 기사 본문에 세 차례나 더 썼다. 도 2월21일치 3면 쇼트트랙 기사에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빛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악착같고 한결같은 팀워크다. 어린 소녀들이 여러 변수를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적었다.
젊은 여성이 있는 곳에는 ‘소녀’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컬링 여성 대표팀을 ‘마늘 소녀’라 한 언론도 있다. ‘마늘’은 선수들의 출신 지역인 경북 의성의 특산물이 마늘인 이유고, ‘소녀’는 젊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컬링 여성 대표팀 앞에 ‘마늘 소녀’를 집어넣는다. 영국 《BBC》 기사에도 ‘garlic girls’가 등장할 정도다.
소녀, 낭자… 이 단어들이 불편한 사람은 나뿐일까. 언니와 막내만으로는 서사가 부족한 것일까. 언론이 여성 스포츠 선수를 호명하는 방식은 왜 이리도 낡고 폭력적일까.
언론은 그동안 해온 대로 쉽게 별명을 붙이고 제목을 짓고 기사를 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녀, 낭자 같은 표현은 조금도 필요 없다. 아니, 여성 스포츠 선수들을 이렇게 표현해서는 안 된다. 차별과 혐오와 폭력은 ‘호명’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호명에서 차별은 한달음 거리다.
다행히 언론계 내부에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박은주 기자(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는 2월19일치 칼럼에서 ‘마늘 소녀’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평균 나이 25.2세의 국가대표팀을 우리는 ‘소녀’라고 부른다. ‘극적인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 ‘성인 여성’을 ‘소녀들’로 둔갑시킨 것이다. ‘마늘 소녀’라는 손쉬운 애칭 말고, 이제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 때다”라고 썼다. 적절한 지적이다.
기자님들께 부탁 하나. 알다시피 이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숨 막히는 경쟁을 해왔다. 생활체육의 기반이 두텁지 않아 미래가 캄캄한 사회인 탓에 선수들은 메달에 목숨을 건다. 파벌이 선수에게 기생하는 것, 전근대적 훈련 방식이 여전한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이 문제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언론과 기자가 생기면 좋겠다. 그래야 선수들이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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