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몇 년 전부터 ‘블랙리스트’였다. 극우 인사들은 MBC를 ‘국내 유일의 애국방송’으로 치켜세우지만, ‘마봉춘’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더 이상 MBC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기자들은 거실 TV에서 밀려났고 광장에서 쫓겨났다. 장악된 그곳에 「PD수첩」이 없고, 우리가 알던 기자와 PD는 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블랙리스트 방송사에서 진짜 블랙리스트 문건이 튀어나왔다. 카메라기자 65명에 대해 개인 성향, 정치 성향, 노조 활동 수준 등을 분석해 네 등급으로 나눈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이 그것이다. 8월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내용을 보면, 리스트에 “격리가 필요”하다고 적힌 기자들은 실제 스포츠부나 지사로 발령 났다.
‘파문’ ‘충격’ ‘헉’ 같은 표현이 필요한 뉴스다. 카메라기자와 보도국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을 뜨겁게 달군다. 그런데 장악된 언론들 사이 의리인지 ‘동종업계 소식은 웬만하면 보도하지 않는다’는 업계 불문율 때문인지 추적보도가 이어지지 않는다.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말이다. 소수 언론이 ‘MBC 블랙리스트’ 파문에 따라붙었다. CBS「노컷뉴스」,「기자협회보」「기자협회보」「미디어오늘」「미디어스」「 PD저널」「 경향신문」「 한겨레」 , YTN, JTBC 정도만 진중하게 이 문제를 다룬다.
아…, 가장 돋보이는 언론을 빠트렸다. 바로 MBC 뉴미디어뉴스국이다. 뉴미디어뉴스국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기사 두 건을 내보냈다. 특히 8월10일 새벽 2시30분 MBC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 업로드한 ‘엠빅비디오, MBC 블랙리스트 논란’은 모든 언론의 모든 기사를 질적으로 압도한다. 5분38초짜리 이 영상 기사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가장 충실하게 담았고, 본질을 날카롭게 파악했다. 심지어 뉴미디어뉴스국은 자신의 회사, 김장겸 사장(당시 보도국장), 박용찬 논설실장(당시 취재센터장)에 대한 취재까지 시도했다.
블랙리스트 분류 기준에 따르면 뉴미디어뉴스국은 회사에 충성도가 있거나(☆☆), 회사의 지시에 어느 정도 순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회색분자(△)나 파업주동세력(Ⅹ)이 보도국에서 밀려나 이동하는 유배지 같은 곳이다. 기사를 만들어낸 기자들은 MBC 쪽에 블랙리스트다.
현장에서 밀려난 블랙리스트 기자와 PD들이야말로 사회에 필요한 ‘언론인’에 가장 가깝다는 것을 우리는 잠시 잊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거대담론으로 생각해왔지만 이제 와 보니 별것 아닌 것 같다. MBC에서는 이미 시작됐다. 뉴미디어뉴스국 기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들의 분투에서 다시 옛 MBC를 본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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