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41.1, 홍준표 24.0, 안철수 21.4, 유승민 6.8, 심상정 6.2.
5월10일 오전이 되어서야 확정된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별 최종 득표율이다. 일단 ‘정권 교체’는 이루었다. 밤부터 아침 사이, 채 12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후보 문재인은 당선인 문재인을 거쳐 대통령 문재인이 되었고, 두 ‘도둑정권’에 의해 농단되었던 9년의 시간 끝에 다시 ‘3기 민주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권력의 장막 뒤에서 대놓고 도둑질을 서슴지 않았던 자들로부터 권력을 빼앗아온 것은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새 대통령의 ‘착한’ 정념과 나 같은 옛 운동권에게는 어쩔 수 없이 친숙한 수사학도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 정념과 수사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저 다섯 숫자에 숨어 있는 역사의 냉정한 운산이 그렇게 말한다.
딱 거기까지먼저 41.1에 관하여- 새 정권은 ‘3기 민주정부’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저 41.1%의 유권자들은 그 말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거의 반년 동안 지속돼온 ‘촛불항쟁’이 단지 박근혜의 탄핵과 정권 교체만으로 만족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길었던, 지금도 언제든 다시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그 항쟁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는 다름이 아니라 어설픈 민주주의의 허울로 끝난 ‘87년 체제’와 가혹한 신자유주의의 지옥으로 지속 중인 ‘97년 체제’를 함께 넘어서는 혁명적 변화이다. 그리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언필칭 1·2기 민주정부 시대는 돌이켜보건대, 사실 그 두 체제가 가장 농익은 시절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그 곤혹스러운 과거로부터 얼마나 빠져나왔다 할 수 있을까. 새 정부 출범 후 며칠 동안, 기시감처럼 노무현 정부 초반이 떠오르며 감회에 젖다가도 문득 불안이 엄습한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다음 24.0에 관하여- 박근혜의 철벽 지지층이 35%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10% 아래로 떨어졌다. 그것이 어느새 24%까지 회복되었다. 그들은 사상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좀비처럼 살아남아 어엿이 2등 자리에 돌아와 있다. 그 24%는 그들 말대로 ‘자유대한’을 사수하는 마지노선이자 ‘자유대한’이 쌓아올린 기득권 자체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 세력의 붕괴를 은근히 기대한 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던가. 여기에 ‘박근혜에 정나미가 떨어진’ 합리적 보수를 자칭하는, 하지만 여전히 냉전 논리와 보수주의를 혼동하는 유승민의 저 6.8%를 합하면 그 수치는 30%를 넘는다. 가공할 일이다.
별종이 된 6.2마지막으로 6.2에 대하여- 앞서의 41.1 중에서 최소한 10 정도는 이 숫자에 더해 16.2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눈물을 머금고 자진해서 ‘정권 교체’의 불쏘시개가 되어야 했다. 분단체제의 냉전 논리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는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저 참으로 난감한 시대착오자들에게 ‘보수우파’라는 어엿한 이름을 부여하고, 사실은 온건우파에 불과한 저 물렁한 자유주의자들을 ‘진보좌파’라 부르게 하고, 이 6.2%의 온건진보파를 우리 사회의 별종으로 취급받게 한다. 기가 막힌 일이다.
추신. 그렇다면 저 21.4는? 아마도 이 21.4%야말로 이번 대선의 진정한 부동층일 것이다. 극우보수파에도, 온건우파에도, 온건진보파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떠돌다 벤처기업 사장 출신의 아마추어가 내건 ‘새 정치’라는 정체불명의 이미지에 홀려버린 영혼들이 전체 유권자의 5분의 1이나 된다는 것, 안타까운 일이다. 모처럼 훈훈하게 출범한 새 정부가 부디 41.4%의 기대와 6.2%의 열망, 30%의 불신과 21.4%의 방황 사이에서 올바른 좌표를 찾아가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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