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세상은 바뀐다. 헌법재판소가 12월23일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없는 현재의 주민등록법은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헌법 불합치를 결정했다. “나의 주민등록번호는 공공재”라는 농담에 웃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주민등록증 거부운동 등 꾸준한 저항과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는 번호의 털끝도 못 건드린다고 완강했다. 내처 ‘개인정보 국정화’ 시대를 끝내자는 외침도 터진다.
02 박근혜 대통령은 12월23일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진실한 사람’ 감별자에 이어 ‘역사의 심판자’로 스스로 등극한 것이다. 앞서 대통령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전화도 했다고 한다. “여보세요, 나야~” 이른바 ‘노동개혁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원래 ‘역사의 심판’은 정부에 대해 주로 쓰였던 말이다.
03 그렇게 거꾸로도 바뀐다. 국가정보원 직원 ‘좌익효수’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의 변호사는 “국정원 직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국정원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국노” “시체팔이” 등등등. 그가 썼던 ‘그것들’도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이다. 역전의 용사들, 우파에 의해 모두의 권리는 모두의 남용할 권리로 변질되고 있다.
04 술자리 심판자도 등장했다. ‘술은 못 마셔도 예의상 첫 잔은 받기!’ 기획재정부가 연말연시를 맞아 SNS를 통해 내린 ‘대국민 술자리 예절’은 진실한 사람의 풍모를 가르친다. ‘어른과 술을 마실 때에는 어른의 반대쪽 방향으로 고개 돌리기!’ 등등등. 돌아온 역사의 심판은 줄줄이 달린 반박 댓글들. 기획재정부는 게시물을 내렸지만, ‘소통’하려 했다는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05 정부가 불통 덕후를 자처하는 시대, 2015년의 신조어는 ‘덕력’으로 밝혀졌다. 네이버는 2015년 가장 많이 검색된 신조어가 덕후의 공력을 뜻하는 덕력이라고 밝혔다.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예지앞사’(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사랑해)가 뒤를 이었다. 4위 ‘와리가리’는 반격을 받지 않고 적을 쓰러뜨린다는 뜻이다.
06 “박근혜 ‘절대존엄’ 시대답지 않은 솜방망이 구형이 아닌 ‘건들면 죽는다’는 선례를 보여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 비판 유인물을 뿌려 구속된 박성수씨가 검찰에 보낸 탄원서다. 앞서 그는 경찰서 앞에서 개사료도 뿌렸다. 감히 말해서는 아니 되는 세 글자 “정윤회”를 유인물에 새긴 죄로 12월22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덕력의 자유는 그들의 것이다.
07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대통령이 무서워도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니까, 오셨으니까. 미국 시사지 이 아이가 산타를 믿지 않는 나이를 밝혔다. 미국 텍사스대학 조사에 따르면, 만 5살 아이들의 83%가 산타를 믿었다. 그러나 7살이 되면 63%, 9살에는 33%만이 믿음을 지켰다. 산타의 선물을 믿지 않는 나이는 밝혀지지 않았다.
08 헌법재판소는 12월23일 정당 기부금을 금지한 정치자금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파동의 파편을 맞아 ‘와리가리’ 당했던 정당 후원이 부활한다.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라는 것이 헌재의 변이다. 국고보조금이 적어 정당 후원이 중요한 소수정당의 구세군 남비가 활짝 열렸다.
09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가 2015년 1천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단 우려가 크다. 2012~2015년 경제성장률은 2.3~3.3%, 일반정부 부채 증가율은 10%였다. 무리한 부양책이 낳은 쌍부채. 부동산 담보대출 등이 늘어 가계부채 증가도 역대 최대에 달했다.
10 주당 64.2시간 일하고, 월급은 146만6천원 받는다. 서울연구원이 65살 이상 일하는 노인 1천 명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나온 평균이다. 노인 자영업자는 한 달 평균 159만원을 벌려고 주당 68.4시간 일하고, 77.9%는 일주일에 하루만 쉰다. 일하는 이유의 66.2%는 “생계비 마련”. 노동개혁 하면 노인들의 살림살이도 좀 나아집니까?
추억의 댄스그룹 터보가 돌아왔다. 김종국, 김정남, 마이키. 터보를 거쳐간 모든 멤버가 함께 12월21일 15년 만에 정규 앨범 을 발표했다. 타이틀곡 가 음원 차트 실시간 1위를 휩쓸었고, 연이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유재석이 피처링하고 차태현이 등장한 뮤직비디오도 화제다. 때맞춰 H.O.T, 젝스키스의 재결합 소식도 다시 나왔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가까이한 것일까. 낮에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하고, 밤에는 그의 글을 탐독한 것일까. 민경욱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출마 선언문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을 베꼈다는 의혹이 일었다. 하필이면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 와중에 유명해진 연설문이었다. 정의, 공정, 진실, 책임, 따뜻한 공동체….
어쩌나, 단어의 나열 순서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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