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야던지… 정신만 단디 챙기라. 알나?
정민: 어무이, 어무이….
엄마: 니 알제, 여가 어데라꼬?
정민: 함안 한디기골….
엄마: 어무이·아부지 이름 잘 알제?
정민: 어무이, 내 억수로 무섭다. 어무이.
엄마: 고마 울어라. 호랭이한테 잽혀가도 정신만 바싹 채리믄 산다 안 카나.
정민: 호랭이보다 더 무섭데이.
엄마: 잊지 말거레이. 아부지·어무이 이름, 여가 어딘지. 몸만 성히 하고 온나. 꼭 온나. 어매는 맛난 거 마이 해놓고 닐 기다리꾸마. 닌 그냥… 돌아오믄 된데이.
정민: 맞나? 어무이… 맞나?
엄마: 옹야 옹야, 맞다 맞다.
어무이와 인사조차 못 나눈 생이별
엄혹한 일제시대에 영문도 모른 채 총칼의 위협에 떠밀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인 영화 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영화 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이 11년 동안 준비해왔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제작에 어려움을 겪던 영화다. 제1019호(2014년 7월14일치)에서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강일출(87) 할머니의 인터뷰와 함께 영화 제작 과정을 소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지난해 12월18일, 이 기사를 작성한 송호진 기자가 포털 다음의 뉴스펀딩(제목: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을 통해 영화 제작비를 모으기 시작한 뒤 약 9천 명의 누리꾼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에 나섰다. 1월9일 오후 6시 현재 벌써 1억5천만원이 넘는 제작비가 모아졌다. 애초 목표 금액(1천만원)을 15배 가까이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이다.
의 주인공 정민은 엄마가 보는 앞에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다. 영화는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소녀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위안부로 갔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나마 영화 속 정민은 울면서라도 엄마와 이별 인사를 나눌 수 있었지만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강 할머니는 16살에 집에 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끌려갔다. “엄마·아빠는 (내가 없어진 줄 알고) 너무나 황당했을 거야.” 그리고 57년 뒤 돌아온 고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펀딩 후원 참여자를 위한 감사 콘서트 열어은 15살 전후의 위안부 소녀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증거’인 동시에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넋을 기리는 영화다. 당시 끌려간 최소 20만 명의 위안부 소녀들 가운데 살아서 돌아온 이는 몇백 명에 불과하고, 현재 정부에 등록된 생존자 수는 강 할머니를 포함해 55명이다. 조정래 감독이 제작을 서두르는 이유다.
조 감독은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아픔에 공감의 뜻을 나타낸 누리꾼(펀딩 후원 참여자)들을 위해 감사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콘서트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 콘서트에서는 뮤지션들의 공연과 함께 조 감독과 배우들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된다. 다음 뉴스펀딩을 통해 1억5천만원가량의 제작비를 모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애초 예상했던 제작비 25억원에서 현실을 감안해 재조정한 제작비 12억원을 채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투자 또는 영화 후원에 관심 있는 이들도 감사 콘서트에 참석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들에게 영화 제작의 의미를 직접 듣고 동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포털 다음의 ‘다음펀딩’을 통한 제작비 후원은 1월31일까지다(http://m.newsfund.media.daum.net/project/135).
영화는 지난해 10월 주인공 정민이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아빠와 들녘을 걷는 장면을 미리 찍었고, 올해 2월에 위안소 세트를 지은 뒤 3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복 70년이 되는 오는 8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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