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저는 새로 옮긴 가게를 공사하느라 하루하루를 분주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잘 보지는 않지만 TV는 말할 것도 없고,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챙겨 듣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고 대한민국 창조경제에 이바지하고자 하루도 쉬지 않고 지하 사무실에서 망치질을 하는 제 모습이 뿌듯하기는커녕 사실 피곤해죽겠답니다. 오늘은 그래서 푸념을 좀 늘어놓을까 합니다.
유레카! 참 쉬운 월요병 극복매일 바쁜 척은 해도 영세 자영업자가 자기 장사가 그렇게 잘되지 않는 이상 빨간 날 하루도 안 쉬고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일요일에도 매일 새 가게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장사가 잘돼서 그런 게 아니라 공사 기간을 줄여야 영업을 빨리 시작하고, 영업을 빨리 시작해야 가게 월세를 낼 수 있으니깐요. 헬기가 주상복합아파트 외벽에 충돌한 사건도, 대통령께서 국론 분열 세력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기탱천하셨다는 소식도 당장 낼 사무실 월세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요즘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며 저는 빨간 날이면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동네 대중목욕탕을 다녔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온탕에 들어가 땀을 쭉 빼고 나와서 갈증이 난다고 말하면 아버지께선 항아리같이 생긴 바나나우유를 사주셨죠.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 할머니와 을 보고 그 뒤에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다가 간식을 사먹고 동네 친구가 부르면 나가 놀았죠. 해가 저물어가면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책가방을 메고 등교할 생각에 잠깐 시무룩하다가 주말 심야에 틀어주는 철 지난 영화를 잠깐 보고 잠들었던 실로 빨간 날다운 빨간 날을 보냈죠.
그래요. 이렇듯 빨간 날에 해 지면 시무룩해지는 게 다들 잘 아시는 ‘월요병’이라고 하죠. 그런데 저 이 월요병을 극복한 것 같아요. 여러분 빨간 날이 없으면 이 병 참 쉽게 극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이 방법은 전 대통령께서도 자서전에 직접 기술한 자유대한의 훌륭한 민간요법이라고요. 비타민 섭취는 일터에서 하면 될 일이고 업무를 일찍 끝마치고 집에서 자면 되는 일입니다. 유레카!
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치고 새 가게 근처에서 국밥을 먹다가 저는 “아하, 먹고사느라 바빠 빨간 날이 없어지면 나라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옛날 생각이나 하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 그래 나도 이젠 그 옛날 한강의 기적을 떠올리며 훌륭한 자영업자가 되어서 임대인에게 월세를 내며 창조경제에 이바지하는 거구나. 국가정보원이 한 사무실에 가서 만화책을 압수해간 것 역시 그저 이 아름다운 자유대한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이었겠지. 나도 를 즐겨 봤던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구나.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나도 열심히 출근도장을 찍어야지.
어느새 새마을의 하루가 저물고어… 써보니 제가 월요병을 극복한 게 아니라 그냥 심한 병에 걸린 것 같네요.
오늘도 이렇게 새마을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PS: 저번에 국가정보원에 보낸 자기소개서가 제대로 인사 담당 부서에 전달이 안 되었나봅니다. 내곡동에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직접 가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문전박대당할까봐 겁나서 그냥 본업은 물론이고 이 지면을 채우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허튼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12월1일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벌써 6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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