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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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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반노동을 감시하라

삼성에 초점 맞춘 최초 시민사회단체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출범 앞둬
김진숙·홍세화·박노자·이병천·은수미 등 참여
등록 2013-11-30 13:43 수정 2020-05-03 04:27
삼성에서 일하다 숨진 반도체 노동자들의 유족들이 11월1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출범 5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겨레 류우종

삼성에서 일하다 숨진 반도체 노동자들의 유족들이 11월1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출범 5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겨레 류우종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이하 지킴이)가 12월10일 태어난다. ‘삼성’과 ‘노동인권’이란 단어 속에 세계인권선언일을 택해 출범을 공표하는 뜻이 녹아 있다. 세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 지킴이는 삼성에만 초점을 맞춘 최초의 단체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은 이미 하나의 기업체를 뛰어넘는 이름으로 확장·수용되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국내 최고 권력’으로서 삼성의 지위는 깨질 수 없을 것처럼 공고해 보인다. 반노동 정책만 해도 삼성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무노조 경영 원칙에 입각한 첨단의 노무정책은 국내 기업의 ‘노동 적대’ 기류를 이끌고 있다. 기업들의 노골적인 반노동·반노조 흐름이 삼성에서 비롯됐다고 지킴이 쪽은 보고 있다.

“반노동 방치할 경우 기업 전체 확산”

“노사전략문건에서도 확인된 삼성의 철저한 노동통제와 인권침해가 삼성을 넘어 모방·확산되고 있다. 흔적은 이마트에서도 관찰된다. 지금처럼 삼성의 노동인권 침해를 견제하지 못한 채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 기업 전체로 확산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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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지킴이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다. 삼성에도 노조와 민주노총이란 상급단체가 존재하지만 노조 특성상 현안에 활동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지킴이는 확장하는 삼성 권력에 대응하려면 노조 인정 투쟁뿐 아니라 치밀하고 구체적인 정책연구와 국제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결과들을 통해 국내외에서 삼성을 바로 볼 수 있는 시각이 넓어질 때 노조 운동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셋. 지킴이는 연대기구가 아니라 개별 단체다. 국내 시민사회는 많은 경우 사안별 연대체를 만들어 중요 현안에 대응해왔다. ‘전선’의 폭을 넓힌다는 장점은 있으나 전담 인력이 없고 느슨한 결합 구조상 활동력과 결속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지킴이는 개인들이 참여하는 하나의 완결된 단체를 지향한다. 상근자도 둔다. 법률 전문가와 학계 전문가, 활동가들이 다양하게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가 권 변호사와 공동준비위원장으로 출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야별 지도·자문위원으로 백혈병 피해자 유가족인 황상기씨, 노동계에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단병호 전 국회의원, 정치 쪽에선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와 은수미 민주당 의원, 학계에선 이병천 강원대 교수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킴이의 싹은 경기도 수원에서 텄다. 삼성에버랜드 노조 탄압 대응과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결성을 수원 지역 활동가들이 지원하면서 단체 결성 필요성의 공감대를 키워갔다. 준비위원회 단계에서 ‘삼성전자서비스위장도급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노사관리문건 폭로와 최종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자살도 단체 결성 필요성이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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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삼성노동자 증언대회 개최 추진

지킴이는 출범 뒤 “삼성식 경영과 삶을 파괴하는 가치가 더 이상 사회적으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삼성을 감시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경영·노무 관리 변화 연구 및 삼성노동권지수 개발 등 연구 작업뿐 아니라, 삼성 해외 공장의 노동권·인권 침해 감시 및 노동자 국제연대, 국제 삼성노동자 증언대회 및 노조파괴 전략 보고대회 개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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