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아픈 사람을 돌보는 아픈 노동자를 만났다. 요양보호사 이영순(가명)씨였다. 그는 민간기관에서 1년 정도 일하다 2020년부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근무를 시작했다. 서사원에 들어오기 위해 시험도 보고 면접도 봤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우연히 어느 날 놀러 간 집의 어르신이 해당 요양보호사보다 목소리가 우렁찬 본인을 더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늦게 시작한 일이지만 자부심이 느껴졌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원은 환자 2.5명당 1명꼴로 요양보호사를 배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특징을 전혀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 10명이면 법으로 정해진 요양보호사의 최소 배치 인원은 4명이지만, 같은 시간대에 배치되는 게 아니라 3교대 근무로 돌아가면서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1명이 환자 9~10명을 돌보기도 한다. 그에 비해 서사원은 보통 1명의 요양보호사가 오전·오후 3시간씩 각각 어르신 1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나마 공공돌봄을 표방하는 서사원이기에 적정 배치가 가능하다.
이영순씨는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 겸 휴게시간 1시간을 보낸 뒤 바로 오후 이용자에게 이동한다. 짧게 정해진 시간에 할 일이 너무 많다. 방문요양은 크게 △식사, 세면, 이동 도움 등 신체활동 지원과 △식사 준비, 청소, 세탁, 방문 목욕을 포함하는 가사 및 일상생활 지원 그리고 △인지활동 지원으로 구성된다. 치매 등급이 있는 분들에게는 인지치료도 해야 한다. 가사 영역부터 치료까지 모든 일을 다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은 집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병원에도 직접 모시고 가야 한다. 쉬는 시간이랄 것도 없이 온종일 몸과 마음이 바쁘다.
이영순씨의 일과가 말해주듯 돌봄노동은 ‘끝’이 없다. “저는 병가도 한 번 사용한 적이 없어요, 이때까지요.” 이씨의 말에 자부심과 슬픔, 억울함, 분노가 한데 뒤섞였다. 아프지 않아서 병가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특히 청소할 때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려 했지만, 정확히 한곳만 딱 꼬집어 아픈 게 아니라 온몸이 아파 어느 병원부터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돌봄노동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동적이고 힘을 쓰는 작업이 많다. 고용노동부의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 및 유해요인조사 방법에 관한 고시’에 총 11개의 근골격계부담작업 범위가 정해져 있다. 하루 10회 이상 25㎏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에는 무게, 작업 자세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중량물’이랄 수 있는 사람을 들어 올리거나 자세를 계속 바꾸는 돌봄노동자에게 이 기준은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3년에 한 번 하는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에서도 신체 케어, 청소, 식사 준비, 정서 지원이라고 규범화된 작업들은 근골격계부담작업에서 제외되고 만다.1 보통 제조업과 같이 규격화된 장비를 취급하고, 계량화하기 쉬운 작업을 하는 곳에서 근무하는 남성을 기준으로 고시가 만들어졌으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보육교사·사회복지사 등 돌봄노동자 60.4%가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코로나19·옴·독감 같은 감염성 질환도 12.5%가 경험했다.2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의 경우 이용자의 사망을 직접 목격하거나, 죽음에 대한 슬픔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들었던 이용자의 죽음에 충분히 감정을 해소하고 복귀할 틈조차 없어 힘든 상태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이영순씨도 겪었다. 안전사고도 흔하다. 업무 중 이용자를 이동시키거나 체위를 바꾸던 중 발생하는 사고가 33.9%에 이르렀다.3 이렇게나 돌봄노동은 복잡하게 구성된다.
이러한 일터의 유해·위험 요인에도 우리 사회는 돌봄노동을 ‘안전한 노동’으로 쉽게 생각한다. 동시에 돌봄노동은 여성의 역할이며 특유의 기질로 남성보다 더 잘하리라는 고정관념이, 여성들에게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으며 특별히 돈으로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는 무임금노동으로 돌봄노동을 탈바꿈하게 했다.
돌봄노동자에게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와 산업재해 예방은 성인지적 제도와 정책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 핵심에 돌봄의 시장화가 아닌 돌봄의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 돌봄을 여성의 당연한 역할이 아닌 모두의 역할로 사유하는 것, 여성노동자의 권리 확대를 모색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돌봄노동자의 건강권이 진정으로 지켜질 수 있다.
노력과 변화는 노동조합에서 시작했다. 서사원은 사회복지서비스업(300명 이상)으로 안전보건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공식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의무설치 사업장이었지만, 설립 3년6개월이 지나서도 미설치된 상태였다. 결국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고, 2023년 중순부터 위원회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의 개념을 다치거나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로 정의한다. 신체적 손상만이 아니라 경제적·문화적·사회관계적 측면에서 모두 안정적이어야 온전하게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서사원에 대한 예산 삭감 결정, 어린이집 민간 위탁 전환 등 공공돌봄 시스템을 비용과 효율성의 논리로 왜곡하는 상황은 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돌봄노동의 공적 가치를 담보하는 노동환경과 조건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과 연대, 아프면 병가를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쓸 수 있는 일터가 돌봄노동자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모두에게 너무나 절실하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참고 문헌
1.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영등포종합재가센터 202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결과
2.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실태 및 법제도 개선 과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 2022년
3. ‘돌봄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발표 및 돌봄노동자 건강권 보장제도 개선 방향의 모색’ 토론회, 공공운수노조·강은미 정의당 의원,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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