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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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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쌓은 요양보호사 월급제 공든 탑이 무너진다

연속기고―돌봄노동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③ 임금체계를 둘러싼 논쟁
‘수가제’로는 최저임금의 반도 안 되는 한 달 96만원… 돌봄노동은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영향 미치는 공공재, 재정지원으로 노동 보상해야
등록 2023-11-25 06:07 수정 2023-12-01 05:45
요양보호사와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사회서비스원 노동자 등 돌봄노동자들이 2023년 10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돌봄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요양보호사와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사회서비스원 노동자 등 돌봄노동자들이 2023년 10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돌봄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은 돌봄노동자에게는 거의 유일하게 월급제로 운영된다. 서울시가 공공기관의 예산 효율성과 관리 강화를 내세우며 서사원의 임금체계를 개편하라 압박을 넣고 있다. 이런 압박에 ‘월급제’라는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요양 수가, 2008년 최저임금 2.2배에서 2019년 1.4배

민간 제공 기관이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수가와 실제 서비스 제공 시간에 좌우된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낮은 임금이 문제라면 수가를 올리면 되지 않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수가가 오른다고 요양보호사 임금이 따라서 올라가리란 보장은 없다. 기관이 요양보호사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 모두에게 지급하는 임금의 총액만 있을 뿐, 개별 요양보호사의 시간당 임금 비중은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수가 중 기관이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를 환산해보면, 방문 요양 수가의 경우 2008년 제도를 도입할 때는 최저임금보다 2.2배 높았지만, 2017년에는 1.47배로 줄었다.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2018년을 제외하고 2019년에는 다시 1.4배까지 줄었다.*

민간기관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을 대면해 서비스를 제공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4~6월 현재 소속된 기관에서 방문요양 급여를 받는 요양보호사는 월평균 21.5일, 72.7시간을 일했고 평균 87만원을 받았다. 보통 임금노동자가 한 달 20일 동안 주당 40시간 총 160시간 일해서 최저임금을 받는다 해도, 주휴수당을 합하면 190여만원이다. 매칭이 순조롭지 않은 요양보호사들의 11.7%는 2개 이상의 장기요양기관에서 동시에 일한다. 이들까지 포함해서 평균치를 구하면 월 노동시간은 80.6시간, 월평균 임금은 96만원이었다. 여전히 최저임금 기준 전일제 임금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월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요양보호사에게 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소정의 노동시간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노동자에게 권장되는 표준근로계약서는 노동자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하는지의 노동기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는지의 노동시간, 어떤 요일에 일하는지 근무일을 정하게 돼 있지만, 요양보호사에게 이런 근로계약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계약된 시간 외에 어쩔 수 없이 추가로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르신 곁을 지킬 가족이 돌아올 때까지 3시간 돌봐드리기로 계약했는데, 가족이 차가 막혀 늦게 도착한다는데 시간이 다 됐다고 어르신을 홀로 두고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이용자 사정으로 언제든지 일정이 바뀌거나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질 좋은 돌봄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업무들

숙련도를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장기근속장려금’은 같은 기관에서 3년 이상 일할 경우 경력을 보상하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이용자의 건강 악화에 따른 사용 중단 등 고용 불안정으로 충족하기 어렵다. 충족하더라도 의무조항이 아니라 재량조항이다.

장기요양보험제도는 ‘기본급+수당’이라는 일반적인 임금노동자의 임금체계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허울뿐이다. 방문요양기관의 경우 임금은 당해 기본급인 최저임금시급, 주휴수당, 월 60시간 이상 노동자에게 해당하는 4대 보험 개인부담금, 기타수당이 기본 구조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주당 15시간이나 한 달 60시간 미만일 정도로 짧다면 주휴수당이나 4대 보험 개인 부담금 자격이 되지 않는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방문요양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의 44.6%만이 주휴수당이 있다고 응답했다. 결국 서비스 제공 시간만큼 받는 최저임금시급과 기타수당만 남는다. 그러나 기타수당이 제법 되더라도 수당까지 합한 임금총액이 최저임금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명목상 수당이 커지면 기본급을 낮추는 포괄임금제식으로 최저임금에 맞추기 때문이다.

서사원은 공정한 보상 기준이 없는 수가 기반 재정지원 일자리에 비로소 월급제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1일 8시간, 주 40시간 기준 주 5일 근무를 소정의 노동시간으로 정했다. 실제 서비스 제공 시간 외에 작업 준비, 교대, 근무지 간 이동, 회의, 조례·종례, 청소, 교육·훈련, 체조 등 서사원의 통제하의 업무 시간과 서사원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시간 등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된다. 모두 질 좋은 돌봄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업무이거나, 민간 제공 기관이 수가 구조 안에서 요양보호사에게 떠넘겼던 부불노동(급여로 지급되지 않는 노동)이다.

서사원의 임금체계는 숙련 등급별로 기본급에 부가 급여가 인정되며, 최저임금에 맞추지도 않는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비스 시간을 초과하거나 2인 1조 팀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때도 서사원의 월급제가 있었기에, 요양보호사가 부불노동을 떠안지 않았고 이용자는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았다. 서사원이 2023년 3월 종합재가센터 등 소속 기관에 대한 행정자료로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장기요양 급여로 청구하지 않은 시간은 한 달 동안 4108시간, 약 5400만원에 이르렀다. 이 시간들은 월급제였기에 보상이 됐다.

공공재에 재정지원이 왜 문제인가

​양질의 돌봄은 돌발적이거나 특수한 돌봄도 제공할 수 있는 임금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돌봄은 시작과 끝이 정해지지 않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놓이기 쉽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조건은 난이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문제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수가 체계라는 제도적 제약 아래 서사원의 새 임금체계는 지방정부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했다는 사실이다. 시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돌봄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낸시 폴브레에 따르면 돌봄노동은 공공재이다. 본질적으로 돌봄노동은 그 서비스의 혜택이 대상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장기간에 광범위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넓은 범위에서 장기간에 걸쳐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쉽게 측정되지 않을 뿐이다.

서사원은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사적 가치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비롯해 인력양성, 임금체계, 효율적 돌봄 수급 방안 등의 마련을 모색하는 실험의 장이다. 서울시는 돌봄노동자와 시민의 갈라치기를 멈추고 돌봄노동자가 제대로 보상받도록 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윤자영‧윤정향‧함선유‧서주연‧임은재‧전보경, ‘돌봄노동 저평가 개선 방안 연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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