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사진기자단
“확인할 수 없었다.” 사람들 참 잔인하다. 5·18은 광주에 북한군이 개입해 벌어진 무장폭동이라는 등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국방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사실무근이라고 하면 될 일을, 굳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괴소문의 진앙지는 차마 직접 거론하고 싶지 않은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극우의 근현대사 왜곡이나, 흰말 궁둥이나 백말 엉덩이나. 응?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니 문득 그분이 떠오른다. 한민족 반만년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글로벌 성추행 파문의 주인공인 그분은 5월31일 현재 20일째 자택에서 칩거 중이란다. 저녁은 먹었니? 특정 상표의 라면과 우유로 연명하는 건 아닌지. 물론 메뉴는 ‘확인할 수 없었다’.
군인들 말꼬리나 잡자는 게 아니다. 최근에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집필한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교학사)가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했다. 오는 8월 말 최종 합격 판정을 받으면 내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정식 역사 교과서로 활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이 ‘식민지 근대화론’과 ‘10월 유신’의 정당성을 설파한 대한교과서를 발표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후손들을 위해 큰일을 하셨다. 덕분에 걱정을 덜게 됐다”고 치하한 바 있다.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고 싶은 건 ‘가해자의 후예들’이 공유한 일종의 DNA 같은 걸까. 물론 그들의 발가락이 서로 닮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로린이’라고 부르는 초등학교 예비교사가 있다. 로린이는 ‘롤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란다. 차마 직접 거론하고 싶지 않은 바로 그 커뮤니티에 남긴 게시물이 문제가 됐다. 그는 자신의 성매매 전력을 자랑하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 “(상대 여성이) 교복 같은 거 입고 와서 ×나 흥분했음”이라고 적기까지 했다. 증오와 광기를 일상화된 농담으로 소비하는, 비뚤어진 역사의식을 소유한, 게다가 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교사라니. 끔찍하지 않은가. 그는 대구교대를 나왔다. 관할은 경북도교육청이다. 임용을 취소하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빗발친다. 내가 인근 지역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학부모였다면 당장 이사 가고 말겠다. 하지만 해당 교육청이 임용 취소를 포함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6월4일이면 취임 100일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소감을 밝혔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신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 텐데 출발이 늦다보니 100일이라는 게 별로 실감도 안 난다”고 했다. 그랬구나. 사상 초유의 ‘개문발차’ 정권 출범은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구나. 시간이 부족해서 장관도, 청와대 참모도 그런 사람들을 뽑았구나. 그나저나 하루가 48시간이면 임기도 두 배가 되겠다. 집권 연장의 꿈? 아버지 대통령이 부러운 걸까? 어쨌거나 신의 뜻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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