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야기를 하면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환경?’이라는 식의 얘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 고,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나는 것 을 봐서 그런지 조금 덜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배부 른 소리’라는 식의 인식이 퍼져 있고, 누군가 는 이런 인식을 통해 이익을 보고 있다.
모잠비크의 석탄을 온실가스로 만드는 선진국
과연 환경은 ‘배부른 얘기’일까? 지난 5월 17일 광주에서 열린 세계인권도시포럼에서 는 ‘환경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모잠비크와 네 팔에서 온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딥티 바트나가르는 모잠비크의 석탄 개 발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삶터를 잃고 강제 이주를 당하는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석탄 개발은 브라질의 발레 등 외국 회사들이 들 어와서 하고 있었다. 한국의 포스코도 거론 됐다.
석탄 채광 때문에 쫓겨난 지역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 라고 했다.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이 석탄을 수송하는 기차를 막다가 경찰과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모잠비크에서 채굴되는 석탄 이 모잠비크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것도 아 니다. 모잠비크 사람들의 86%는 여전히 전 기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모잠비크의 석탄은 곧바로 항구로 보내져 외국으로 간다. 그 석탄을 때면 더 많은 온 실가스가 배출돼 모잠비크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 사막화, 가뭄, 홍수 같은 재앙을 겪게 될 것이다. 긴 해안선을 가진 모잠비크는 기 후변화가 가져올 자연재해에 취약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2000년 대홍수로 800명 이상 이 희생되는 등 이미 홍수와 가뭄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모잠비크에서 채굴된 석 탄은 외국에서 사용되고, 거기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석탄 구경도 못해본 모잠비크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는 ‘기묘한 순 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네팔에서 온 변호사 프라카시 마니 샤르 마는 빙하가 녹으면서 네팔 주민들이 부딪히 는 위험에 대해 얘기했다. 네팔의 기온은 기 후변화로 인해 연평균 0.06℃가 오르고, 특 히 히말라야 지역은 연평균 0.12℃가 오르 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히말라야의 빙하 가 녹고 있다. 기존에 있던 빙하호수의 수위 도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빙하호가 ‘둑이 터 지듯이’ 무너지면서 마을을 덮치는 일이 일 어나고 있다. 일종의 쓰나미가 일어나는 것 이다. 그로 인해 사람이 죽고 마을이 파괴된 다. 3252개의 빙하와 2323개의 빙하호가 있 는 네팔에서 빙하 홍수의 위험은 계속 증가 하고 있다. 샤르마 변호사는 “네팔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는데, 기후 변화로 인한 고통은 네팔 사람들이 먼저 겪 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데도 환경문제가 배부른 소리인가? 모 잠비크와 네팔의 주민들은 ‘배부른 사람’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기후변화가 생존의 문제 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나라들은 나 몰라 라 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이 가진 천연자원에 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환경문제는 인 권 문제이고,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환경파괴, 기후변화, 원전사고로 인한 피 해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계층에게 더 집중 된다. 개발과 파괴의 과정에서 이들의 생존 권과 평화롭게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 권리 가 유린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을 지키는 것 은 이들의 인권을 지키고 정의를 찾는 길이 기도 하다.
시골 사람들은 전기 안 쓰냐?
외국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나라의 수많은 환경 현장에도 같은 얘기가 적용된다. 지금 경남 밀양이나 경북 청도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겪고 있는 송전탑 문제만 해도 그렇다. 바닷가의 인구 적은 곳에 원전을 건설해서 수많은 초고압 송전탑을 세워 대도시나 대기업 소재지로 전기를 끌고 간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전자파를 내뿜는 송전선로가 시골 마을과 논밭 위를 지나가게 된다. 평생 지켜온 삶터와 재산은 한순간에 전자파 속에 파묻히게 된다. 이것에 대해 항의하면 용역과 경찰을 동원해 힘으로 누른다. 인권이 침해되고 정의는 사라진다.
‘시골 사람들은 전기 안 쓰냐’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짓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는 시골 사람들이 쓰는 전기 때문에 세워지는 게 아니다. 급속한 전기 소비 증가의 가장 큰 책임은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받으면서 전기를 펑펑 써온 대기업들에 있다. 우리나라 전기 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이들이 쓰는 산업용 전기다. 물론 백화점, 대형 마트, 대형 빌딩, 유흥업소, 각종 광고판들이 밤을 밝히는 대도시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시골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데 매우 부정의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송전탑은 인권의 문제고 정의의 문제다.
다시 기후변화로 돌아오면, 기후변화는 지금의 어린이·청소년·청년, 그리고 미래 세대의 인권 문제다. 똑같이 기후변화나 원전 문제에 대해 강의를 해도 연령대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30년에 어떻게 된다, 2050년에 어떻게 된다’는 얘기가 장년층·노년층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청년만 하더라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피해갈 수 없다. 앞으로 겪게 될 잦은 가뭄과 홍수, 해수면 상승, 그리고 농업 피해로 인한 식량위기, 그것이 낳을 전세계적인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2030년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2050년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어린이·청소년·청년에게는 인권의 문제다.
기후변화는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갓 태어난 아기가 기후변화에 대해 무슨 책임이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그 아기가 가장 심각하게 겪게 될 것이다. 원전을 지어서 전기를 많이 써온 것은 그 아기가 아니지만, 낡아서 더 이상 가동하지 못하게 된 원전과 그 속에 있는 핵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지금 태어난 아기 세대가 짊어질 짐이 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정의롭지 못하다.
‘배부른 소리’ 퍼뜨리는 진짜 배부른 자들
그렇다면 지금의 반인권적이고 부정의한 시스템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지금 나이 든 사람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 그것은 이런 시스템을 진작 바꾸지 못한 책임이다.
그러나 진짜 책임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 송전탑을 지어서 이익을 보는 대기업들이다. 그리고 그와 밀착된 정부 관료와 정치인, 언론이다. 이들이 반인권적이고 부정의한 환경문제를 만든 주범이다. 이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먹고살기도 힘든데 환경은 배부른 소리’라는 얘기를 퍼뜨린다. 그 뒤에 감춰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이들이야말로 ‘배부른 자’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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