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대중
최근에 ‘거부’를 두 개나 했다. 지난해, 수능·입시를 거부한 청소년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중퇴한 사람들과 같이 ‘대학거부 선언’을 발표했다. 그 뒤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입영통지서가 나와 곧바로 병역거부까지 하게 돼, 얼마 전 재판에서 1년6개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 글이 실릴 때면 나는 감옥에 있을 것이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연달아 닥치니 좀 숨이 가쁘다. 다른 활동가들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는 지문날인 거부까지 했으면 ‘거부 3관왕’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할 때는 그냥 같이 웃고 만다.
‘출세해서 바꾼다’는 거짓말
사람들은 내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 같은 말을 하곤 한다. 너 혼자 희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이야기도 들었고, 그렇게 급하게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는 훈계도 들었다. 아무래도 가장 자주 들은 것은, 대학·병역 거부로 고졸에 전과자가 되기보다는 학벌도 좀 가지고 군대도 갔다 온 뒤 노력해서 힘있는 사람이 되어서 바꾸라는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때 곧잘 듣던, “열심히 공부해서 교육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돼서 바꿔라”라는 말의 다른 버전이라고나 할까.
물론 우리 모두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 해도 교육부 장관이나 대통령 또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힘있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바꾸겠노라고 말하며 출세의 길을 걸은 이들이 대개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미 많이 보아왔다. 기득권 세력이 됐거나 좌절했거나. 사실 역사와 사회를 살펴보면 그런 영웅 같은 존재가 있을 수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꾸려가는 것이지, 몇몇 영웅이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왕이나 영웅조차도 그들을 원하고 만든 사람들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가 계속 통하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이 정답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시교육 속에서 몸에 밴 대로 답안지에 써내고 동그라미 받을 수 있는 정답, 내가 이렇게 하면 세상이 ‘짠’ 바뀔 거라는 정답 말이다. 그래서 그런다고 세상은 안 바뀐다며 그건 정답이 아니라며 냉소적으로 다른 사람의 실천을 비평하고, 점진적인 게 좋은지 급진적인 게 좋은지 따위를 논한다. 점진적으로 바꿀지 급진적으로 바꿀지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도. 그리고 ‘출세해서 바꾼다’라는 비현실적인 방법, 하지만 기존 사회의 이데올로기 속에선 가장 정답스러운 방법을 추천한다.
그러나 답안지에 써낼 정답은 없다. 세상은 여러 사람의 행동이 쌓여서 돌아가고, 나 하나가 뭘 한다고 해서 세상이 확 바뀌는 기적은 없다. 애초에 나 역시 내가 대학거부 선언에 참여하고 병역거부를 한다고 해서 그걸로 세상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내가 무슨 대단한 존재라고 그런단 말인가. 나는 그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을 할 뿐이다. 그건 정답은 아니겠지만 ‘나의 답’이고 나와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의 ‘우리의 답’인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이었을 뿐
나는 정답은 모르지만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한 걸음 물러나서 정답을 찾는 태도를 가지지 않고,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해나간다면, 세상은 조금 더 빨리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거부도 투쟁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을 뿐이듯.
공현 청소년인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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