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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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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민단체의 자립과 성장을 돕다

비영리기구 모금 컨설팅회사 ‘도움과나눔’의 정지혜씨

형편 어려운 NPO 거들어 사회 변화 돕는 일이 주는 행복
등록 2012-03-08 15:04 수정 2020-05-03 04:26

한 인권 비정부기구(NGO)가 있었다. 국제적인 조직이었지만, 한국지부 회원은 2천 명 남짓이었다. 재정 자립도가 낮아 국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본부에 내야 하는 분담금을 모으기는커녕 지원을 받았다. 2007년부터 회원이 늘었다. 2009년에는 1천만~2천만원이던 분담금이 5천만원으로 오르더니 2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회원 수가 1만3천 명을 넘어섰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이야기다(886호 2011 만인보 ‘인권 문제가 없는 곳 없어’ 참조).

앰네스티 성공, 모금 컨설팅도 한몫

비영리기구 모금 컨설팅회사 ‘도움과나눔’의 정지혜씨

비영리기구 모금 컨설팅회사 ‘도움과나눔’의 정지혜씨

앰네스티 50년 역사상 지원을 받던 지부가 자립해 분담금까지 내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성공은 많은 부분 활동가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성공이 오로지 활동가들의 노력 때문만이라고 하면, 서운해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비영리기구(NPO) 모금 컨설팅회사 ‘도움과나눔’(www.doumnet.co.kr)의 모금 컨설턴트가 그들이다. 도움과나눔은 시민단체 같은 NPO의 회원(기부자) 모집이나 모금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다. 모금 컨설턴트는 모금 관련 상담을 해주는 전문가를 일컫는다.

사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도움과나눔의 모금 컨설팅을 오랫동안 받은 ‘고객’이었다. 선임 컨설턴트인 정지혜(35·사진) 팀장은 “앰네스티의 성공에는 도움과나눔도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2005년에 앰네스티가 우리를 찾아와 처음 모금 컨설팅을 해줄 때 회원 수가 1천 명도 안 됐거든요. 앰네스티가 지금 하고 있는 거리 회원(기부자) 모집도 우리가 제안한 뒤, 오랫동안 우리 쪽 거리모금 전문가가 결합해서 회원 모집과 모금 방법을 알려줘 자리를 잡게 된 거죠. 거리에서 홍보하고 회원을 개발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요.” 한동안 거리에서 앰네스티 회원을 모집하던 이들이 앰네스티 활동가가 아니라 도움과나눔의 직원이었다는 얘기다. “모금 관련 트레이닝을 회사에서 하거든요. 거리 모금도 한 교육 영역이죠. 그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이들이 거리로 나가 NPO의 회원 모집 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거죠.”

마음도 치유하는 기부의 힘

사실 ‘모금 컨설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여전히 NGO나 시민단체는 스스로 모금이나 회원배가운동을 벌이는 줄로만 알았다. “모금 컨설팅의 시작은 작은 데서 출발했어요. 한 공동체 내에서 아무개한테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도와주자라고 주변을 설득해 기부하게 만드는 일에서 출발한 거죠. 모금 컨설턴트의 개념이 체계화된 건 100년 전 미국에서였어요. 이후 NPO 활동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 먼저 모금 컨설팅회사들이 생겨났죠. 아시아에선 홍콩, 싱가포르, 일본에도 있어요.”

1999년 창립된 도움과나눔은 모금 컨설팅에서 교육과 모금 실행(직접 모금 행사를 진행하는) 사업까지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NPO 컨설팅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모금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는 많지만,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도움과나눔이 유일하다. 그동안 도움과나눔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NPO는 1만 곳에 이른다. 최근에는 아름다운재단과 모금 컨설팅 계약을 했다.

시민단체 후원이나 기부문화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컨설팅을 의뢰하는 단체들은 규모가 작거나 새로 만든 NPO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NPO의 컨설팅을 해주지만 도움과나눔이 NPO인 것은 아니다. 도움과나눔은 주식회사다. 영리법인이다. 돈은 뭘로 벌까.

“대학이나 병원 같은 NPO들의 모금 컨설팅도 하죠. 그런 곳이 돈이 되죠. 흔히 거액을 모금하면 그중 일부가 우리 수익으로 잡힐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우리는 투입한 시간과 전문성에 대해서만 보상을 받거든요. 국제모금윤리강령을 준수하죠. 거기엔 모금액의 몇%를 보상받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말하는 행간에서 자부심이 엿보이는 정 팀장은, 대학 졸업 뒤 시민단체에서 일하다가 주변의 권유로 2005년 도움과나눔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 사회 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때 기자가 꿈이기도 했다는 그녀는, 지금 이 일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 “대학 새내기 아들을 사고로 잃은 분이 아들이 다니던 대학에 장학금을 기부한 일이 있었어요. 아들 같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거였죠. 그분을 보며 기부가 사회를 치유하는 동시에 기부자의 마음도 치유할 수 있구나 하고 놀랐죠. 한번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돈 많은 기부자가 대안학교를 후원하는 행사를 자기 집에서 직접 열어 손수 음식을 해 나르며 모금을 하기도 했어요. 그걸 보며 나도 행복해지니까 이 일이 참 좋구나 싶죠.”

고액 기부자를 많이 만나는 편이지만, 그녀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작고 형편이 어려운 NPO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단체는 돈이 없으니까 사람이 자주 바뀌고 운영도 안정적이지 못하죠.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아무런 밑받침이 안 되는 조건에서는 하기 어렵잖아요. 근데 모금 컨설팅을 하면 조직이 역동적으로 변하거든요. 활력도 생기고. 우리한테 컨설팅을 받고 기부자나 회원이 많이 늘면 보람을 느끼죠. 지역에도 가서 상담을 하는데, 다들 정말 열심히 활동하거든요. 그분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될 수 있다는 게 기쁘죠. NPO 하나가 자립해서 좋은 활동을 펼치면 사회로 봐도 좋은 일이잖아요. 그 일을 거들고 있다는 게 뿌듯해요.”

거액 1명보다, 소액 100명을

대학에서 전산통계를 전공한 덕에 ‘스마트레이저’라는 모금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참여한 그녀의 올해 소망을 물었다. 그 자신이 NGO 여러 곳에 매월 일정액을 후원하는, 기부 전도사(?)의 답변은 이랬다. “한국의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이 NPO를 후원하는 거액의 기부자들이 나왔으면 싶어요. 하지만 거액의 1명보다 100명의 소액 기부자가 늘어나는 게 더 중요하겠죠.” 일이 좋아 연애할 겨를도 없다는 모금 컨설턴트가 연애 컨설팅(상담)을 받을 일은 당분간은 없어 보였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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