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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는 한심함

[맛있는 뉴스] 부글부글
등록 2011-08-03 17:16 수정 2020-05-03 04:26
서울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성 래미안 방배아트힐에서 27일 오후 중앙119구조단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성 래미안 방배아트힐에서 27일 오후 중앙119구조단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억수다. 나라 절반이 물난리 통이다. 서울시청이 말했다. “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폭우가 내렸다.” 인재가 아니라, 천재라는 말이다. 애먼 사람 탓하지 말고, 하느님 원망하라는 뜻이다. 대통령께서도 거드셨다. “비가 너무 많이 왔다”고. 나라 탓은 아니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비 퍼부은 게 대통령 탓일까, 시장님 탓일까. 게다가 100년 만의 폭우란다. 청와대 향해 삿대질하거나, ‘오세이돈’ 패러디 만들 시간 있으면 냉큼 나가서 지하실에 고인 빗물이나 퍼나르라는 말씀이다. 억센 팔자 탓이나 하란 말이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100년 만의 폭우.’ 이게 맞나. 검색해봤다. 1998년 8월8일에는 지난 7월27일보다 비가 3cm 더 내렸다. 100년 만의 폭우가 아니다. 고작 13년 만의 폭우다. 시청의 말이 ‘뻥’이라는 말이다. 뭐냐, 이건. 2007년 서울시는 ‘수방시설능력향상 4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때 말 한번 똑똑하게 잘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지구온난화 등 기상이변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시에 도시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규모가 큰 태풍과 홍수로 천문학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수방시설 능력으로는 이러한 재난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단다. 멋지다. 그래서 2010년까지 3년 동안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하수관의 빗물 처리 능력을 시간당 75mm에서 95mm로 늘리겠다고 했다. 서울시 발표를 보면, 지난 7월27일 하루 동안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오전 8시56분~9시55분 59mm였다. 대체 그 하수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매처럼 날카로운 눈은 폭우 속에도 번뜩였다. 시선은 하필 ‘그곳’을 향했다. 는 장대비가 쏟아지던 7월27일 1면 기사로 남성 성기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박경신 방통위 심의위원의 ‘만행’을 보도했다. 그 다음날에도 굳이 사설까지 썼다. 그럴 만했다. 따질 일은 따지고 볼 일이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지킬 것은 지키는 ‘정론직필’의 정신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이쯤에서 엄청난 제보 하나 하겠다. 이 세계적인 특종을 먼저 쓰고 싶지만, 꾹 참고 양보하겠다. 그러니까, 사고친 사람은 박 위원보다 지명도도 높고 죄질도 100배는 나쁘다. 사실 여기를 볼 때마다 민망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건 사진 정도가 아니었다. 아예 3D, 그러니까, 입체다. 쩨쩨한 블로그 정도가 아예 공공장소에서 ‘대형 성기’를 버젓이 전시했다. 이 악질적인 ‘범행’을 저지른 자의 이름을 슬쩍 말해주겠다. 미켈란젤로라는 자다. 이 자는 성경 속에 나오는 다비드의 성기를 엄청난 크기로 직접 새겼을 뿐 아니라, 버젓이 전시까지 했다. 그뿐 아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에는 인류의 아버지 아담의 성기까지 그리는 대담한 짓을 했다. 비슷한 외설은 차고 넘친다. 얼마든지 더 제보해주겠다. 아마, 여인네들의 목욕 장면을 훔쳐본 우리나라 화가 신윤복도 혐의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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