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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도 이전, 마땅하나 쉽지 않다

조기 대선 앞두고 너도나도 “옮기겠다”… 개헌, 수도권 반대, 시설 마련 첩첩산중
등록 2025-04-25 11:30 수정 2025-04-28 17:01
세종시의 국회가 들어설 터. 세종시 제공

세종시의 국회가 들어설 터. 세종시 제공


윤석열의 내란과 파면, 대통령실 용산 졸속 이전, 지방-수도권 사이 불균형 발전 등이 겹치면서 6·3 조기 대통령 선거를 기회로 수도를 세종시로 옮겨서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의견이 쏟아진다. 특히 윤석열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비판해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적극적이다. 그러나 세종시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 수도권 민심, 관련 시설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경수·김동연은 적극… 이재명은 소극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모두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에 찬성했다. 김경수, 김동연 후보는 적극적이고, 이재명 후보는 소극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이재명 후보는 2025년 4월19일 충청권 경선 연설에서 “국회 세종의사당(제2국회), 대통령 세종 집무실(제2대통령실)을 건립하고, 헌법 개정과 국민적 합의라는 난관도 있겠지만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2국회와 제2대통령실은 마련하겠지만, 수도 이전은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명확히 수도 이전 방침을 밝혔다. 김경수 후보는 4월13일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 대통령실을 설치해 서울과 세종에서 함께 근무하고 법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마무리되는 즉시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후보도 4월17일 충북 청주를 찾아가 “대통령실과 국회는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고 대법원과 대검찰청은 청주로 옮기겠다.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를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와 대통령실을 모두 포함한 수도 이전이 아니라 국회 이전 의견을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4월21일 “여의도 국회 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 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 정치의 중심을 지방으로 옮겨 국토 균형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개헌을 거쳐 상·하원제를 도입하고 상원은 여의도에, 하원은 세종에 두겠다”고 조금 다른 제안을 했다. 앞서 2024년 3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분절된 국회가 아닌 완전한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해서 세종을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겠다”고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주장엔 핵심이 빠져 있다. 대통령실을 서울에 두고 국회만 세종시로 옮기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려면 헌법을 개정해 세종시를 수도나 행정수도로 규정해야 하는데, 이 경우 대통령실도 반드시 세종시로 함께 가야 한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를 ‘국회와 대통령의 소재지’로 명확히 규정했기 때문이다.

수도를 서울에서 세종시로 옮기는 길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개헌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신행정수도(세종시) 건설을 추진했는데, 2004년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헌법이며, 관습헌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성문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 결정에 따라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이춘희 전 세종시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개헌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사회 개혁을 해야 한다. 경제나 민생만 가지고는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 개헌안에 수도 이전과 지방 분권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3조에 넣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민주당이 수도 이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대선 전에 개헌 절차법을 발의해야 하고, 절차와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2025년 하반기에 개헌을 논의하고 2026년 상반기에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대통령실이 들어설 터. 세종시 제공

세종시의 대통령실이 들어설 터. 세종시 제공


사회 통합 위한 마지막 기회, 특단의 조처를

문제는 개헌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1987년 이후 대통령이 2번, 국회가 4번의 개헌안을 내놓았으나,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2025년 4월6일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 전 권력구조 개헌을 제안했으나, 사흘 만에 거둬들였다. 당시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주류가 대선 전 개헌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4월23일 민주당 경선 2차 텔레비전 토론에서도 “개헌을 그렇게 시급하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것이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도 아니고 개헌 헌법이 즉시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집권 초기 개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집권 후반기엔 다음 대통령 후보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개헌의 어려움 때문에 민주당의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비슷한 법률을 만들어 수도 이전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이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특별법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낫다. 특별법을 만들면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헌법소원을 낼 것이고 다시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할 수 있다. 그동안 여론이나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달라져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어려움은 수도권의 여론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배경엔 집값 하락을 우려한 수도권 민심이 있었다. 예를 들어 2003년 12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전국의 행정수도 이전 찬성은 44%, 반대는 43%였는데, 서울은 찬성 32%, 반대 55%로 반대가 훨씬 많았다. 17년 뒤인 2020년 6월 같은 갤럽의 조사에서 서울의 여론은 찬성 32%, 반대 61%로 반대가 더 커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일관된 반대는 수도 이전의 큰 걸림돌이다. 특히 수도권 인구는 2019년 전국 인구의 50%를 넘어선 뒤 2025년 3월 50.9%로 계속 높아졌다. 수도권의 이익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분석과 해법을 제시했다. 하승수 대표는 “그동안 행정부의 상당 부분을 세종시로 옮겼지만, 서울과 과천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수도권 집중을 덜어내는 게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도 높인다”고 말했다. 이춘희 전 시장은 “지금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악영향이 과거보다 더 심각해 2004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수도 이전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주민의 절반은 자기 집이 없다. 집 없는 사람들은 수도권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국회와 대통령실을 옮길 시설이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재 세종시의 세종동과 어진동 일대엔 국회 터로 63만1천㎡(19만1천 평), 대통령실 터로 58만㎡(17만6천 평)가 비워져 있다. 또 국회와 대통령실 건설 예산으로 각각 3조6천억원, 3846억원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두 시설 모두 아직 기본계획도 세우지 못한 상태다. 또 두 사업은 모두 제2국회와 제2대통령실 사업이며, 국회와 대통령실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이 때문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이르면 2025년 6월 국회와 대통령실이 들어서는 국가상징구역 전체에 대한 국제 설계를 공모할 계획이다.

행정도시 총괄기획가인 황재훈 충북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수도 이전을 하겠다면 현재 제2국회나 제2대통령실 수준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또 대한민국의 양대 상징 시설인 국회와 대통령실을 국회와 행정부가 따로 계획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개헌을 통해 수도 이전을 결정하고 관련 법률을 정비한 뒤 공동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세종시에 국회와 대통령실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변창흠 전 장관은 “수도권이 권력과 계급의 중심이 되면서 사회가 지역적으로 완전히 분열했다. 사회 통합 차원에서 보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다. 특단의 조처를 취해야 하고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 한국 사회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수도를 옮겨서 수도권 집중-지방 소멸이라는 망국적 흐름을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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