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조금만 사태를 진득히 관찰해보면,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별반 상관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우리가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이 시대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대체로 애인(과 같은 것)이거나 상품(과 같은 것)이다. 실은 애인이 곧 상품이며 상품이 곧 애인이 된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속이기도 하다. 그리고 친구를 묵은 술(酒)에 비기고, 애인을 새 차(茶)- 차라리 시속에 맞게 새 차(車)라고 고쳐야 할까?- 에 비기곤 하듯이, 애인의 매력이 그에 대한 무지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시인 고은은 “모르는 여인이 아름다워요!”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점에서, 소비자와 상품에 대한 관계란 애인과 그 대상에 대한 관계와 정확히 일치하며, 이는 굳이 재론할 필요조차 없이 널리 알려진 바다.
‘쾌락이 무지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따지는 데 그 갈래가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사연은 앎에 따르는 비용이다. ‘알면 다쳐!’라는 시쳇말이 뜻하는 바는 이처럼 일상의 쾌락이 깃드는 방식을 투박하지만 뚜렷하게 가리킨다. 갈릴레오의 지식에서부터 ‘내 가족이 어느 여름날에 저지른 일’에 대한 지식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은 기존 체계와 상식, 혹은 관계와 정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말하자면 ‘요람을 흔드는 손’이 되기도 한다. 쾌락의 수위를 넘어가는 지식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지능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욕망이 무지 속으로 퇴각하려는 것은 자연스럽다.
나는 소싯적에 5년 가까이 구기종목의 아마추어 운동선수 생활을 한 경험 덕으로, 가령 한 눈으로 축구 시합을 힐끗거리면서도 어디가 꼬리인지 머리인지 하는 것쯤은 쉽게 알아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미 ‘국민적 축구 영웅’이라고 해도 좋을 박지성에 대한 이 나라 국민의 지식이다. 우리는 박지성이 평발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그가 산소탱크처럼 대단한 심장을 지녔다는 것도 알고, 체력 소모가 많은 전력질주를 자주 한다는 사실도 알며, 어느 외국 기자의 표현처럼 ‘쉬지 않고 뛴다’(running running running and never stops)는 것도 알고, 그의 발이 굳은살과 상처의 흔적으로 가득하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박지성에 대해 가장 널리 퍼진 이런 지식은 그의 직업이 (육상선수라면 모를까?) 축구선수라는 사실을 적확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직업적 현실과 그에 관한 지식 사이의 부적확은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에 의해 단순히 은폐되는 게 아니다. 그 부적확은 때로 우스꽝스레 확대재생산되는데, (마치 ‘진리와 사랑은 끝끝내 승리한다’는 식으로) 이미 국민적 쾌락의 기호로 등극한 박지성에 대한 우리 사랑은 부적확 자체를 즐기는 도착(倒錯) 수준에까지 이른다.
그의 활약과 골 소식을 보도하는 미디어의 시선은 참으로 가관이다. 가령 이것은 박지성보다 잘생긴 이동국, 그보다 태도나 성질이 나쁜 고종수나 이천수, 그리고 (특히) 세계적 수준에 오른 첫 축구선수였던 차범근에 대한 보도, 더 나아가 명실공히 세계적 인물이던 여운형이나 김대중에 대한 국내 보도들을 살피면 사태의 이면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박지성만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데, 쾌락이 지식을 다루는 방식에 의해 우리 사랑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박지성 파이팅!
김영민 철학자·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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