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주먹을 부르는 상황, 어떤 표정이 신상에 유익할까.
웃는다.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하지만 이건 좀 위험하다. 주먹을 곧바로 자신의 얼굴로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웃는 표정에도 자격이 있다. 힘이 세거나 생각이 없거나. 하필 그날이 만우절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공약을 못 지켜 죄송하다” “갈등은 하지 말자”며 염화미소를 날리는 얼굴. 어디서 배웠는지 여유로운 손짓도 더한다. 사과를 받는 쪽은 혼란에 빠진다. 저게 주먹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일단 사과는 받고 봐야 하는 것인지, 사람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신공항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운다. 해결이 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MC몽은 지난 3월31일 공판 뒤 ‘폭풍’ 눈물로 인터뷰했다. “사람들의 비난은 어쩔 수 없지만 진실 규명을 하기 위해 나왔다”는 그의 눈물 어린 말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갑다. 군대는 정말 가는 것만이 진리인가.
웃지도 울지도 않는 제3의 길도 있다. 마감의 끝, 막내 기자의 부글부글이 늦을 때 편집장 눈에서는 분노가 부글거리고 기자는 생존을 위해 일생일대 최대한의 불쌍한 표정을 찾는다. “내가 쓴 부글부글 팬을 4만 명 거느리고 있다”는 임인택 기자와 “혼을 담아 단박에 웃기지 못한다면 부글부글이 아니다”라는 최성진 기자도 늘 불쌍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마감을 앞둔 편집장의 눈길에는 불쌍한 이미지에 대한 연민도 동정도 없다.
전직 국무총리 아들이 국제영화제 유치와 지원을 명목으로 수억원어치 향응 접대를 받아 검찰에 고소를 당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또 나온다. 그 사건과 연루된 국내 대기업 회장들에 대한 인기 연예인들의 향응 의혹. 그때는 2009년 12월이었다. 그해 3월 고 장자연 사건이 있었고, 유력 언론사의 사주와 유력 인사들의 도덕성이 입길에 오를 때였다.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나는 아니다”라는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ㄱ그룹, ㄴ그룹, ㄷ그룹 회장님들은 거리낌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있었다는 가수 박아무개, 유명 영화배우 박아무개, 여배우 박아무개 등이 거론된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실명까지 나돈다. 이들이 탕진한 하루 술값은 600만원. 회장님들이 아니라 세 명의 박아무개들만이 그날의 향응이 지닌 의미를 말할 수 있다. “자발적으로 찾아왔고, 접대는 아니었다”는 말은 고 장자연씨 사건에 연루된 ‘힘있는’ 관계자들의 하나 된 목소리였다.
한 연예기획사의 매니저는 2009년 고 장자연 사건 당시 방송담당을 맡고 있는 기자에게 비웃듯 말을 건넸다. “장자연 사건은 이대로 묻힐 거고, 장자연 기획사의 접대는 좋은 본보기가 될 거다. 왜냐,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윗분들이 알게 됐으니까.” 당시 시청률 1위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신인 배우의 매니저는 지난 2년 동안 어떤 일을 벌였을까. 고 장자연씨 리스트는 언젠가 기필코 어디서든 나와야 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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