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새로운 제안에 두 손 들어 반대한 이가 많았다. 아무래도 몰래, 혼자 먹는 사과가 맛있는 거 맞다. 나눠먹자는데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다. 그래서인지, 혼자 많이 먹은 회장님 말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려서부터 경제학을 쭉 공부해왔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초과이익공유제)는 들어보지도 않았고,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하겠다.”
어려서부터 경제학을 쭉 공부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이해가지 않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어 보게 된 경제학 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이라는 말은 없다. 책에서 그런 걸 하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고, 그래서 무슨 ‘짓’인지 이해도 못하겠다. ‘3세 경영 세습’도 경제학 책에서는 찾기 힘들다. 포털 사이트 책 분야에 가서 ‘세습’만 열쇳말로 쳐봤다. 여럿 떴다. 제목에 이 단어를 담은 책들은, 이랬다. …. 아무래도 회장님의 전공은 경제학이 아니라, 사실은 북한학? 혹은 무속학?
이번엔 서울 청담동 대로에서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고 줄행랑쳤다가 덜미가 잡혔다. 2007년 단란주점 종업원에게 폭행당하고 아버지한테 일러서 사달을 일으킨, 바로 그 아드님이다. 오래 쉬셨다. 3년 동안 자숙하셨으니 ‘컴백’할 때 되셨다. 형의 공백 기간 동안에는 동생이 한 건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호텔 지하 술집에서 벽면 유리창을 깨고, 직원 2명을 주먹과 발로 때리면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형제는 용감했다.
이쯤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두 가지. 첫째, 한화 둘째 아드님의 주요 활동 무대는 청담동일 가능성이 높다. 2007년 술을 마시다가 단란주점 종업원과 시비가 붙은 주점도 다름 아닌 청담동 ‘ㄱ가라오케’였다. 둘째, 아드님들의 사고는 보통 ‘뒤늦게’ 알려진다는 점. 2007년 폭행 건은 3월 초에 벌어졌지만, 언론에 보도된 시점은 4월 말이었다. 지난해 셋째의 폭행도 언론에 보도된 건 사건 발생 10일 뒤였다. 이번 뺑소니 건은? 역시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언론에 알려졌다. 한화 쪽의 입막음, 좀 서툴렀다.
“경찰은 대학생 연합 학술 동아리 ‘자본주의연구회’ 회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이적단체를 결성하고 하부 조직까지 만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토하자면, 기자 입장에서는 경찰이 조금 고마울 때도 있다. 기사 쓸 때, 옛날 기사 그대로 베끼면 된다. 목적어만 빼면, 주어나 부사어, 서술어 등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쓰던 문장 그대로다. ‘기사 복사 + 붙여넣기 + 목적어만 바꾸기.’ 참 쉽다.
그래서 의심 간다. 경찰도 긴 조서 쓰려면 힘들 게다. 혹시 조서 한 장 써 놓고 요령 피우고 싶은 걸까? 아니면 회장님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같은 건 너무 겁나고 어려워서 익숙한 국가보안법만 만지작거리는 걸까. 아니면 재벌가 아드님들 사고 치면 입막음 도와주느라 너무 바빠서?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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