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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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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 '보온바람'

등록 2011-03-16 01:20 수정 2020-05-02 19:26
‘상하이 스캔들’은 세기의 로맨스인가, 세기의 불륜인가.

‘상하이 스캔들’은 세기의 로맨스인가, 세기의 불륜인가.

‘상하이 스캔들’은 세기의 로맨스인가, 세기의 불륜인가.

남녀 주인공이 국경을 초월해 만남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세기의 로맨스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사건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남편이 있었으니 불륜일 가능성이 높다. 남자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복수로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설운도가 부르는 ‘상하이 트위스트’ 노래에 맞춰 트위스트를 췄다면 건전한 로맨스에 가까웠겠지만, 언론에 공개된 그들의 다정한 사진으로 미뤄볼 때 ‘상하이 블루스’를 당겼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역시 부적절한 관계의 증거로 볼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하이 스캔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인사’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기용했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보은인사’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민을 계속 열 받게 하는 ‘보온인사’인 건 맞다. 열 받은 국민과 달리 열 내는 쪽도 있다. 4월 재보선을 앞둔 야당이다. 스스로 잇단 악재를 터뜨리며 국민을 열 받게 하는 여권을 비판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상하이 스캔들’을 바라보는 야당이 4월에 거는 기대는 ‘봄바람’ 대신 혹시 4월까지 ‘보온바람’?

“흡족하지는 않지만 낙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내놓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성적표다. 3월10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 회장은 현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회장의 발언 앞부분에 “음, 제 점수는요~”가 빠진 것은 아니었을까. 의 이승철 심사위원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평가였다. 무대 위에 다소곳이 서서 심사평을 듣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자연스레 3월3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꿇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자연인, 죄지은 ‘소년 MB’의 모습으로 길자연 목사님 옆에서 두 손 모은 채 얌전히 무릎 꿇었다.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012은 성적표가 너무 박하다고 생각한 걸까. 청와대의 분위기는 얼마 전 개신교계와 이슬람채권법을 놓고 마찰을 빚을 때와 달랐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금융위기 극복과 기업을 위해 애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 회장의 심사평이 듣기 거북하다는 반응이었다. 쉽게 말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건데, 그렇다면 청와대는 과연 어떤 점수를 원하는 걸까. 물가 관리 10점 만점에 10점! 전셋값 대책 10점 만점에 10점! 가계부채 관리 10점 만점에 10점! 대학 등록금 대책 10점 만점에 10점! 이러면 만족하시겠는가. 그렇다면 아예 인심 더 써서 20점, 30점도 줄 수 있겠다. 물론 그때는 100점 만점!

‘인정상 사정할 수 없다’는 말은 사라지게 되는 걸까.

여야가 내놓은 사법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판사와 검사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이 생긴다. 그동안 검사가 인정상 검사를 사정하지 못하고, 판사는 재판에서 판사의 사정을 봐주는 관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의 구상대로 특별수사청이 생긴다면 더 이상 검사와 판사가 자기들끼리 특별히 사정을 봐주는 일은 사라지게 된다. 검찰에서는 “정치권이 청목회 수사 뒤에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려다 그마저 여론의 질타로 좌절되자 엉뚱하게도 검찰에 분풀이를 하고 있다”며 여야를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이 먼저 국회의원의 후원금 관행에 ‘법대로’를 외치며 달려들었고, 이제 국회도 ‘법대로’를 외치며 특별수사청을 신설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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