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이 민간인의 전자우편을 함부로 열어보거나 은밀히 미행하는 등 사찰 활동을 했다가는 큰 문제가 된다. 정치권에선 특검에 국정조사를 하자는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다. 하지만 용감무쌍하게도 실제 그런 일을 자행한 경우도 있다. (ㄴ)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행위는, 글쎄, 뭐 대충 넘어간다. 잠시 소란스럽고 말뿐이다. 어떤 민간인에 대해선 아주 떳떳하게 전자우편 따위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ㄱ)의 관계자가 방송사의 내부 정보망을 몰래 들여다봤다가는 더 큰일이 날 것이다. 나라가 뒤흔들릴지 모른다. (ㄴ)의 관계자가 그런다면? 조직적인 행위가 아니었다는 해명으로 대충 넘어가려 할 것이다.
(ㄱ)의 세계에서는 어떤 사람이 행사 포스터에 쥐를 한 마리 그려넣은 것을 이유로 그에게 벌을 주려 한다면 만인의 조롱거리가 된다. 그럼에도 높은 분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괘씸죄를 적용하려 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건 100년쯤 전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비난에 휩싸이고 말았다. 반면 (ㄴ)의 세계에서는 높은 분에게 괘씸죄를 저지르고선 발붙일 곳이 없다. 십중팔구 그 세계를 나가야 한다.
(ㄱ)은 늘 서민을 내세운다. 실천을 어느 정도 하는지는 늘 의문이지만, 그래도 감히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 이를테면 중소상인들의 상권에 대형 가게를 내서 손님을 빨아들이는 행위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ㄴ)은 그런 일을 기습적으로 자주 저지르지만.
(ㄱ)에 속한 사람들 중에 백혈병 등 암환자 비율이 월등히 높아진다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아마도 책임자 몇 명의 목이 날아갈 가능성도 크다. (ㄴ)의 경우 자신에게 그런 현상의 책임이 있다는 걸 환자들한테 입증해보라고 요구한다.
(ㄱ)이 휴식 시간을 빼고는 하루 한 번 이상 화장실에 가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만든다면 사람들은 미쳐버리거나 폭동을 일으킬 게 분명하다. (ㄴ)은 간혹 그런 규칙을 실제 만들어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고도 잘나간다.
(ㄱ)의 책임자가 거짓말을 한 게 들통나면 몇 년 주기로 돌아오는 투표에서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에 따라 그의 거짓말을 곧잘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누군가 기억을 고쳐잡아주면 “맞아, 그랬지” 하며 분개하게 된다.
(ㄴ)의 책임자는 반복해서 거짓말을 하고도 쉽게 잊혀지곤 한다. 잘못을 저지른 뒤 반성하겠다며 이런저런 약속을 늘어놨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을 닦곤 한다. 사람들의 기억을 환기시켜주는 누군가가 이 경우 그다지 없다.
그래서 (ㄱ)의 권력은 자주 교체된다. (ㄴ)의 권력은 좀처럼 교체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그냥 세습되기도 한다.
(ㄱ)과 (ㄴ)에 들어갈 말은?
*문제 풀이는 다음호에….
한겨레21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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