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 안에는 두꺼운 책을 잔뜩 끌어안은 대학생도 있고 노약자석에 앉은 낡은 양복의 노신사도 있고 반짝이는 넥타이를 매고 꾸벅꾸벅 조는 청년도 있다. 중간에 이주노동자도 승차한다. 그리고 버스는 부우웅 기어를 변속하며 고가도로를 오른다. 남산의 단풍이 차창을 꽉 채워 채색한다. 모두들 그걸 본다. 7~8m 상관으로 뛰어가도 못 본 척 버스를 출발시키곤 하는 4×2번 버스 운전기사의 얄미운 얼굴도 남산을 본다.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아마도 저마다의 달콤한 감상에 물들어 있을 것 같다.
이번주 표지이야기는 뭐로 할까? 이해할 수 없는, 어렵지만 독해해야 하는 일들이 기자들의 촉수에 감지돼 끝도 없이 데스크에 올려진다. 세상은 왜 이렇게 엉망으로 돌아갈까? 머리가 지끈거리는 편집장의 고민은 과감한 결론에 도달한다. 단풍을 보자. 하늘은 욕 나오게 투명하구나. 출근 시간을 이런 감상에 던져버리는 것조차 너무 한가한 자세인가? 그래도 사람들이 이런 인생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기자들은 머리를 싸매는 게 아닌가? 많은 이들이 그래서 출근길에도 미간을 좁히며 고심하는 게 아닌가? 그 역설의 노고가 지향하는바, 저 단풍은 참 울긋불긋하기도 하구나.
독자 제현도 편집장의 딱딱한 이야기를 읽는 대신 아래의 빈 공간 속에서 각자의 감상에 빠져보시기를. 가을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이 공간을 메우고 싶은 것은
조앤 바에즈의 노래와
얼마 전 알게 된 브뤼헐의 그림과
학창 시절 멋모르는 꿈을 꾸던 친구들과
나를 만나기 전 아내의 사진 속 앳된 표정
같은 것들이다.
산은 성장과 욕망의 빛깔인 녹색을 벗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여윈 본질을 울긋불긋 내보이고 있다. 그 모습이 왜 이리 조화로운가. 버스는 가속페달을 밟아 각자의 일상으로 승객을 밀어보낸다. 남산 1호 터널 안 눅진한 어둠 속으로 버스가 빨려들면, 차창 밖을 향하던 시선이 일제히 돌아온다. 다시 허공 속의 무언가를 바라본다.
한겨레21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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