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맞벌이다. 당연히 집안일은 부부 공동의 일이지만, 일하고 들어와 애 키우면서 매일 밥해먹고 청소하고 빨래까지 하면서 산다는 게 쉬운 일인가? 그렇다고 둘 다 깔끔한 성격도 아니고, 거기다 게으르기까지 하니 맛있는 밥 먹고 깨끗한 집에서 잘 다린 옷을 입고 사는 건 애초에 포기하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사람 손을 안 빌리고 집안일을 해준다는 전자제품만 하나 둘 늘어났는데, 얼마 전 우리 부부의 ‘귀차니즘’이 찾아낸 결정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로봇청소기였다.
매일 하루에 한 번이라도 청소기가 돌아간 바닥을 밟는다니 얼마나 꿈같은 얘기인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모든 가전제품에 품는 기대가 그렇듯 그 기계만 있으면 집안일에서 해방될 듯한 착각을 가지고 구입했다. 그런데 어디 사람 손으로 하는 것만 한가? 그리고 기계한테 베풀어야 하는 사전작업들- 예를 들면 식기를 잘 불려서 식기세척기에 넣는 것- 은 결국 손으로 해야 한다. 로봇청소기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안 치우는 집이니 방과 거실 바닥에 깔린 게 많을 터, 로봇청소기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하려면 일단 그 바닥부터 치워야 했다. 아침에 청소기를 작동시키고 출근한 뒤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바닥의 불쾌함은 많이 가셨는데, 문제는 모든 물건이 소파와 식탁에 올라앉아 나를 보고 있다는 것. 도로 내리자니 어지럽고 안 내리자니 보기 싫고 앉을 데도 없고…. 의자나 작은 화분 등의 물건을 다시 원위치시키는 것도 일이라고 정말 귀찮다. 우리 부부의 귀차니즘을 만족시킬 기계는 없을까?
참고로 내가 로봇청소기를 구매했다니까 주위에서 그 효용가치를 묻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 세 가지만 먼저 생각하자. 첫째 과도한 기대는 금물.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할 것. 둘째 이게 정리까지 한다는 착각을 하지 말 것. 셋째로 가장 중요한 건데, 절대로 청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지 말 것. 이유는? 성격이 급한 사람은 자칫 속 터져 죽을 수도 있다. 그것만 유의하면 제법 만족.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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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