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판사님은 막말도 훌륭하게? 한겨레 김진수 기자
과거(科擧)는 말 그대로 ‘과목별로 사람을 들춰낸다’는 뜻이다. 위진남북조시대를 종식시키며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가 관리를 중용하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지방 귀족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컸다. 그 전에는 ‘구품중정제’ 등 천거가 관리 채용의 중심이었다.
한반도에선 당나라의 영향을 받은 신라가 ‘독서삼품과’를 설치하며 과거제를 처음 들여왔고, 고려 광종 때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귀족 자녀에게 시험을 면제해주는 ‘음서제’를 통해 뽑힌 관료가 더 많았을 정도로 유명무실했다.
조선시대는 그야말로 ‘과거의 시대’였다. 박지원은 ‘하북린과’에서 “과거장에 들어가려니 응시한 사람만 수만 명인데 과거장에 들어갈 때부터 서로 밀치고 밟아 죽고 다치는 사람이 많았다”고 당시 치열한 경쟁 상황을 적어놓았다.
여하튼 동양에서 과거제는 국가의 행정 엘리트를 충원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였다. 하지만 과거제의 치명적 약점이 있다. 답안지로 사람을 평가하다 보니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조선시대 잡과 가운데 ‘율과’에 해당하는 ‘사법시험’이 자주 구설에 휘말린다.
최근 한 고등법원 판사가 장애인 딸이 있는 70대 노인에게 “딸이 구치소 있다 죽어 나오는 꼴 보고 싶으냐”며 막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올 초 30대 판사가 70대 노인에게 “어디서 버릇없이 튀어나오냐”고 발언한 사건이 사회의 공분을 불러온 적이 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에 수백 개 댓글을 융단폭격하며 사법부를 질타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우리 사회는 사법시험이 우월하고 훌륭한 인간임을 증명하는 시험처럼 받아들여진다”며 사법시험제도의 맹점을 꼬집었다.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오피니언넷부문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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