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뜨끔했다. 가 민주노총의 ‘개드립 논평’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개드립이란 무엇인가. 원래 개드립은 순간적 재치가 생명인 ‘애드립’이 적절하지 못했을 때 이를 비꼬기 위한 표현이다. 처음에는 부정적 뉘앙스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워낙 흔히 쓰이다 보니 딱히 부정적 표현이라 못박기도 어렵게 됐다. ‘개소리+애드립’의 합성어라는 개소리 기원설이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민주노총은 최근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의 ‘황제식사 체험기’를 겨냥해 ‘6300원짜리 황제의 삶,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오버질과 개드립’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민주노총 공식 논평치고 꽤 파격적 제목이었다. 하지만 뭐, 호부호형을 허하지 못하는 세상도 아닌데 황제식사 개드립을 개드립이라 말한들 또 어떠한가. 웃자고 한 논평에 죽자고 달려드는 가 새삼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조·중·동처럼 개드립을 생활화하는 매체가 어디 있느냐 이거다. 천안함 사건 초기 가 제공한 ‘인간어뢰 개념도’는 어떤가. 잠수복 입은 북한 병사가 어뢰 정중앙에 마련된 ‘조종석’에서 ‘운전대’를 잡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과학적 상식 들이대며 인간어뢰의 허구성을 지적하면 ‘인간어뢰 개드립’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이 정도면 ‘2010년 대한민국 개드립 어워드’ 언론부문 최우수 그래픽상감으로 손색이 없다.
짧은 개드립만 남긴 채 떠난 인사도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7월29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09년 9월29일 임명된 뒤 그가 만들어낸 개드립은 하나하나 주옥같다. “영화 를 보셨습니까.”(2010년 2월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 “대강, 집에서 봤습니다.”(정운찬 전 총리) “?”(불법 다운로드 의혹) “731부대가 뭔지 아세요.”(2009년 11월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저, 항일 독립군인가요?”(정운찬 전 총리) 단연 압권은 1월21일 이용삼 전 민주당 의원의 빈소에서 그가 펼쳐놓은 개드립이었다. “초선 의원으로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애석합니다.”(총리) “4선 의원입니다.”(이 전 의원 동생) “자제분이 어리실 텐데 참 걱정입니다.”(총리) “고인은 결혼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 독신으로 사셨습니다.”(동생) “남아 계신 형님께서 돌아가신 동생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하셔야겠습니다.”(총리) “제가 동생입니다.”(동생)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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