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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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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사람을 찾습니다

등록 2010-07-28 15:27 수정 2020-05-03 04:26
REUTERS/ CHOR SOKUNTHEA

REUTERS/ CHOR SOKUNTHEA

집 나간 ‘사찰’이를 찾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우리 사찰이,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목표를 가리키면, 국가대표 양궁 선수가 쏜 화살처럼, 척하니 꽂혔습니다. 재야 정치인이건, 학원이건, 노동현장이건 우리 사찰이에게 여지없이 걸렸습니다. 아뿔싸, 한 20년 넘게 놀렸더랬습니다. 우리 사찰이, 진돗개 같은 민첩함은 사라졌습니다. 근성이라도 함께 사라졌으면 좋으련만, 근성만은 하필 남아버렸습니다. 아무에게나 달라붙습니다. 방향감각은 잃은 지 오랩니다. 아예 우리 집 담을 뛰어넘어와 가족도 물어버립니다. 남의 당 의원만 노려볼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같은 당 의원도 물어버렸습니다. 감히 청와대 근처까지 어른거립니다. 그래요, 우리 사찰이, 정신 나갔습니다. 혹시 길을 걷다가 아무나 깨물고 있는 사찰이를 보면 신고해주세요. 부글부글, 신고 접수합니다. 물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넋 나간 ‘보안법’도 찾습니다.

살기 등등하던 보안법, 많이 순해진 줄 알았습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가 만나서 악수하고 냉면 같이 말아먹은 뒤로는 길들여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 보안법이 최근 한국진보연대 인사를 물어버렸습니다. 중죄라도 저지른 줄 알았습니다. 북쪽 민화협 인사들을 만난 죄랍니다. ‘회합통신’. 오랜만에 듣는 죄목입니다. 보안법은 한술 더 떴습니다. 외국에 있는 북한 식당에 가지 말라고 으름장입니다. 해외 공관에서 교민들에게 그렇게 공문을 돌렸답니다. “김정일 통치자금의 원천이 되는 북한 식당을 이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이랍니다. 냉면 한 그릇 사먹는 것이 부끄러우니, 대규모 개성공단은 차마 부끄러워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요, 우리 보안법 제정신이 아닙니다. 부글부글은 그런 보안법이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정신 나간 의원님도 찾습니다.

의원님,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덕분에 온 국민이 ‘너만 쳐다보게 됐습니다’.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본인이 ‘다 주고’ 물러날 생각을 하신 듯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신 분은 한 분 더 있었습니다. 한 방송사의 해설위원은 의원님의 말을 두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위원님은 “실수를 거짓말로 덮으려다가 더 큰 구렁텅이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음을 우리는 숱하게 봤다”며 ‘실수’를 정직하게 인정하라고 말씀했습니다. 이제, 해설위원님도 ‘실수’를 정직하게 인정할 때입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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