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취재 두 달째다. 백령도가 5시간 걸리는 뱃길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까나리 액젓의 까나리가 개나리가 아니라 멸치보다 조금 긴 뼈대 있는 생선이라는 사실도 그곳에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기자? 기자라면 지겹더래요”를 수십 번도 더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백령도 주민들이 정겨운 이북 느낌의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러시면 안 되지 말입니다.” 백령도 초소, 장난을 걸었더니 해병이랍시고 욱하는 군기를 앞세우는 해병도 만났다. 물론 초코파이 하나 건네니 순식간에 무너졌다. 역시나 우리 군을 가장 무력화하는 무기는 걸그룹과 초코파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초코파이는 말입니다. 역시 ‘오니옹’이지 말입니다. 맛있지 말입니다.” ‘말입니다’가 아예 입말이 되버린 김아무개 일병을 보면서 그의 친형이나 된 듯 짠해졌다. (참, 그 녀석은 “f(x)가 진리”라며 “하악하악”했다. 어쨌거나 초코파이 많이 먹고 제대할 때까지 무사 건강하길!)
지난 6월29일 천안함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평택 2함대 화장실에서 한 장군과 마주쳤다. 어깨 넓이로 두 발을 벌리고 입을 약간 벌린 채 뭔가 풀어놓는 듯 볼일을 보는 건 장군이나 민간인이나 다 마찬가지란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살살 좀 해요, 하 기자”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다. “해군의 명예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를 보면서 30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명예 운운하는 그가 답답해 보이기도, 순진해 보이기도 했다. 그 짧은 시간에 친구가 된 듯 화장실 옆에서 담배를 권했다. “나 곧 전역해. 조사단에서도 곧 빠지고…. 그나저나 참 걱정이네. (담배 연기 후~욱 뱉으며) 아들이 겨우 중학생인데…,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해?” 퇴직자로 앞날이 두려운 건 별 단 장군도 마찬가지였다. “무섭다”고 했다. 장군에게도 세상은 무섭다.
사람들은 얘기한다. “군바리들, 무식해서….” 그들은 무식하지 않다.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들을 모아놓고 허심하게 설명회를 연다는 사람들이 “앞줄 자리가 비어 있으니 보기 좋지 않네요. 채워주시죠” 하며 본능적인 줄맞추기를 하는 ‘꼰대’스러운 모습이 오해를 사는 것일 뿐, 서열이 생명인 조직에서 숨죽여 살아가다 보니 그 영민함들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참, 그 장군님은 전역한 뒤 술집을 차린다고 했다. “술을 좋아해서”라고. 그가 달린 뱃길처럼 간단명료한 이유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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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