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험. 부글부글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명단을 발표하겠다. 대회 중간에 갑자기 대표팀 선수를 교체하는 것을 두고 토를 달지 말기 바란다. 최근 국내 무대에서 불세출의 활약을 하는 선수들을 뒤늦게 발굴했다. 이 유망주들을 잘만 키우면 이번 월드컵, 끝까지 간다. 아니라도, 다음에는 간다. 믿어라.
수비 라인은 조선일·동아일·중앙일 선수로 하겠다. 알다시피 수비진의 생명은 든든한 피지컬에 상대방의 공격 루트를 막을 수 있는 긴밀한 협력 플레이다. 상대방의 연계 플레이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서 막아야 한다. 페어플레이는 원래 교과서에서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최근 참여연대 선수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서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세 명의 수비수가 보여준 플레이, 이거 감동이었다. 참여연대 선수의 플레이는 중앙수비수가 골키퍼에게 백패스 하는 수준의 대수롭지 않은 패스였는데, 센터백을 맡은 중앙일 선수가 어느새 중앙선을 넘어 들어와 태클까지 걸 줄은 몰랐다. 천안함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노력을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시도” “이적 행위”라고 외치는 대목에서는 같은 편도 어안이 벙벙해질 노릇이었다. 사이드백을 맡은 조선일·동아일 선수의 상식을 뛰어넘는 투지와 담력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정수·조용형 선수, 아쉽지만 조용히 짐 싸서 서울로 돌아와주기 바란다. 강적이 나타났다.
미드필더 라인에는 경찰 선수가 차출됐다. 중앙 미드필더는 지치지 않는 체력과 경기를 장악하는 억센 스타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필드 곳곳을 누비는 끈기도 필요하다. 기술 축구가 중요하다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만큼은 ‘돌쇠 정신’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의 단점 가운데 하나가 그런 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남아 있었다. 우리 경찰, 상대방 선수의 입에 화장지를 물린 뒤 뒤로 채워진 수갑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고문 기술을 21세기에도 은밀히 연마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돌쇠 정신이 아니라 ‘깡패 정신’에 가깝다. 김정우 선수, 군대 가지 말고 경찰 가야 했다.
스트라이커로는 대한축구협회장을 지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모시겠다. 왜 이런 인재를 이제야 찾아냈는지 축구계가 통탄할 노릇이다. 스트라이커의 가장 큰 미덕은 상대방의 밀집 대형을 요리조리 뚫는 여우 같은 플레이다. 공이 도착할 장소를 포착해 정확한 킥을 날리는 감각도 필수 요소다. 정 대표께서 최근 엄청난 개인기를 보여주셨다.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6월17일 서울광장에는 시민 10만 명이 운집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붉은 악마’들은 이른 아침부터 광장에 자리를 깔았다. 이거,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었다. 대표님은 경기가 시작되기 10분 전에 유유히 나타나셨다. 관중을 휘휘 지나 무대 앞에 자리를 잡으셨다. 그리고 멋진 ‘샷’(사진 참조)을 날리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한국에도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같은 특급 스트라이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혹시 몰라서 한마디 더 붙이겠다. 사진에 나타난 표정과 분위기로 대표님이 날리신 ‘샷’이 조작됐거나 ‘뽀샵’ 처리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있을지 모르겠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거, 최재구 기자가 찍은 사진 맞다.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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