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즐겨 탄다. 신록이 가득해진 한강변을 시원스레 내달리다 보면 가슴과 머리가 청명해진다. 자전거를 탄 게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그건 내 삶에서 꽤나 즐거운 부분이 되었다. 마감에 찌들어 지쳐 있을 때 눈앞에 무언가를 상상하는데, 그건 대부분 다양한 풍경이 흐르는 길을 따라 페달을 밟는 일이다. 머리가 뜨겁고 공기도 뻑뻑한, 그래서 물에 젖은 솜같이 몸이 무거워지는 마감의 순간, 그것을 이겨내는 힘이라 표현하면 좀 과하지만 대략 그런 것이다. 삶의 윤기 같은 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 풍경에 눈을 두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나무를 보고, 강물을 보고, 건물도 보고, 하늘도 가끔 살핀다.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보는 것은 한가로운 즐거움이다. 새로운 풍경을, 혹은 두어 번 경험한 익숙한 풍경을 또 새롭게 보는 일은 즐겁다.
자전거 말고 걷는 것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역시 어떤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일종의 호기심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골목은 의외로 재미가 있다. 다닥다닥 빼곡히 들어선 집들과 건물, 그리고 길들이 만들어내는 구조의 독특한 미감이 즐거운 설렘을 주곤 한다.
어쨌든 나는 어느 장소에 가든 거기에 있는 어떤 풍경에 재미를 느낀다. 보는 일을 즐긴다. 호기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엔진이 달린 교통수단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과 자전거나 도보를 통한 그것은 사뭇 다르다. 자전거와 도보가 훨씬 세세한 시각을 가지지만 처음 보는 것은 제약된 어떤 한 시점이기가 쉽다. 사람들 발길에 의해 정해진 어떤 공간을 길이라 말한다면, 이는 한 지점에서만 바라본 풍경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부분 하나의 인상으로 굳어진다. 한 시점에서만 본 관점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길이나 장소에서는 그것이 어떨까, 어떻게 보일까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가봤던 익숙한 장소와는 다른 길을 찾는다. 큰길이 있으면 옆의 샛길을 일부러 찾아 들어가보고, 눈에 띄는 또 다른 길이 있으면 눈여겨뒀다가 나중에 다시 가본다. 그렇게 본 풍경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어떤 장소에 대해 알아간다는 느낌이다. 새로운 풍경이 재미있다. 다른 시점을 가지고 살펴보는 과정에서 그 장소가 입체적으로 이해된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나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골목들은 저마다 새롭고 여러 길은 다양한 표정을 지녔다. 마감이 무겁게 짓누르는 지금, 가만히 눈을 감고 다시 시원한 바람이 있는 한가로운 소요를 꿈꾼다.
장광석 디자인실장·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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