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아주 가끔 있다. 하필이면 상갓집에 알록달록 양말 신고 오는 사람. 눈부신 형광색 셔츠도 가끔 있다. 튄다. 그래도 맨발보다는 알록달록 양말이라도 신는 게 낫다고, 부글부글은 굳게 믿는다. 러닝셔츠보다는 튀는 셔츠가 낫다고, 너그럽게 인정한다. 부글부글, 생각보다 관대하다. 호상이면 더 그렇다. 이런 조문객과 마주치면 상주도 눈 둘 데 없는 거, 안다. 그래도 바닥을 보거나 천장 보면 된다. 바닥보다 알록달록 양말이 눈에 들어도 모르는 척 눈 감으면 된다. 조문객도 미안한 척, 모르는 척하면 된다. 지루한 흑백 속에 가끔씩 내비치는 총천연색은 눈치 없어 귀엽고, 적당히 부주의해 인간적이다. 찌질한 소인들은 슬픔에 이렇게 ‘뻘짓’을 양념 삼아 말아먹고 산다.
이런 사람도 아주, 아주 가끔 있다. 남의 상갓집에 알록달록 화환 보내는 사람. 상주는 우는데 옆에서 돌발행동 하는 사람. 다름 아닌 집권여당의 현직 대표께서 이런 무리한 개그를 하셨다. 그는 5·18 민중항쟁 30주년 서울 지역 기념식장에 형형색색 축하 화환을 보내셨다. 무지갯빛 양말 정도로 뻘짓을 갈음하던 소인들에게는 당황스러운 ‘블록버스터급’ 뻘짓이었다. 아니, 그렇게 속단했다. 부글부글, 생각이 짧았다. 자고로, 깊은 슬픔을 이기는 힘은 싸구려 개그이고, 허접스러운 농담인 것을. 선인들은 상갓집 질펀한 화투판에서 상주를 괴롭히고 떠밀면서 죽은 자와 산 자를 떼어놓았다는 것을. 이를테면 그의 화환은 상갓집 마루 군용 담요에 ‘척’ 하고 메다꽂히는 ‘국준 쌍피’였다. 그의 화환은 그가 상주에게 건네는 매우 사려 깊고 우아한 개그였다, 라고 부글부글은 좋게 해석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농담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산 자 가운데 아무도 웃지 않았고, 죽은 자 가운데 떠난 사람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도 아주, 아주, 아주 가끔 있다. 남의 상갓집, 그것도 줄초상 난 집에 가서 입 찢어지게 웃을 수 있는 사람. 상갓집 가서 상주를 밀어내고 주인 행세 하는 사람. 그분은 6년 전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아 영령들의 영정을 모신 ‘유영봉안소’에서 파안대소를 하셔서 범인들을 놀라게 하셨다. 3년 전엔 5·18 묘역에서 참배하다가 한 인권변호사의 묘역 상석을 밟아주기도 하셨다. 또 여러 차례 ‘5·18 민주화운동’을 ‘5·18 사태’라고 불러, 죽은 이들의 뺨을 후려치는 대담함도 보여주셨다. 그의 범죄급 ‘뻘짓’은 전염성도 강했다. 지난 5월18일 제삿날 나타난 그들은 안방을 차지하고 유족들의 입을 막았다. 유족들이 부르던 장송곡은 금지됐다. 그들은 조문객도 사절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 참배는 금지됐다. 우는 것도, 노래 부르는 것도 여기서는 금지됐다. 그분만 유일하게 혼자 웃으셨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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