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대군(훗날 세조)과 손잡은 한명회는 단종을 보위하던 영의정 황보인, 이조판서 조극관, 좌찬성 이양 등을 척살하고 정권을 찬탈하는 ‘계유정란’을 일으킨다. 이때 숙청 대상을 선별하던 문서가 바로 그 유명한 ‘살생부’다. 역사에서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기준인 살생부는 종종 사용됐다. 삼국지의 제갈량도 충신과 역적을 구분하는 살생부를 작성했고, 가깝게는 김구 선생도 악질 친일파의 살생부 작성을 지시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종종 유출돼 논란이 되는 ‘전 정권 살생부’도 비슷한 예다.
살생부는 ‘너와 함께 갈 수 없다’는 기본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최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전교조 등 교원단체 소속 교사 명단 공개는 ‘21세기판 살생부’를 떠올리게 한다. 법원이 ‘명단 공개 금지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를 무시한 조 의원은 전교조에 하루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지급해야 하는 ‘철퇴’를 맞았다. 결국 조 의원은 명단 공개 14일 만인 지난 5월3일 홈페이지에서 명단을 내리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항장의 변은 “‘돈 전투’에서 졌다”였다.
처음 명단을 공개했을 때 분노했던 누리꾼은 조롱으로 급선회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조 의원의 재산 공개 내역을 올리며 “조금 더 버티셔도 되겠는데요”라고 비꼬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조 의원의 어깨를 ‘마사지’하던 정두언 의원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교육 관련 정보의 공개에 관한 법률안’ 발의자로 참여한 ‘전력’이 나오면서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찰떡궁합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한 누리꾼은 “붓두껍에 아이패드 넣어온 ‘문익촌’, 공항 추격 액션활극으로 당진군을 널리 알린 ‘민종기’, 하루 3천만원 기부천사 ‘조전혁’”을 ‘신 한국의 3대 위인’으로 꼽았다.
이정국 기자 한겨레 디지털미디어센터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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