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나도 한때
시인이자 감독인 파솔리니의 영화 (Salo, Or The 120 Days Of Sodom)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체제에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존재’에 대한 은유로 가득 차 있다. 파시즘이라는 ‘인간 억압적 체제’를 비판한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영화 자체는 ‘변태엽색’을 즐기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 상류층의 행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들이 즐기는 쾌락의 요점은 간단하다. “내가 해봤더니 참 좋더라”다.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가카’라고 불리는 분이다. 휴일근무·새벽출근이 즐겁고 ‘머리가 번질번질해질 때까지 일하는 것’이 쾌락이신 그분에겐 휴일에 쉬고 싶고 아침에 10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국민’은 ‘이해 못할 존재’일 뿐이다.
최근 ‘가카’의 경험담이 화제가 됐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해 “내가 배 만들어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그리 될 수 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누리꾼이 들썩였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인천’이라고 쓰인 종이배를 들고 있는 사진을 발견해 “‘가카’가 만든 배는 인천함”이라고 비꼬았다. ‘가카’의 과거 관련 발언은 ‘어록’으로 만들어져 퍼날라지고 있다. “나도 한때 민주화운동 학생” “나도 한때 노점상” “나도 한때 떡볶이 장사”, “나도 한때 비정규직”, “나도 한때 철거민”….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철학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다양성 존중 결여’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사도마조히즘’과 닮았다.
이정국 기자 한겨레 디지털미디어센터 jglee@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구속 만기 돼도 집에 안 갈 테니”…윤석열, 최후진술서 1시간 읍소

디올백·금거북이·목걸이...검찰 수사 뒤집고 김건희 ‘매관매직’ 모두 기소

“비행기서 빈대에 물렸다” 따지니 승무원 “쉿”…델타·KLM에 20만불 소송

이 대통령 “정부 사기당해” 질타에…국토부, 열차 납품지연 업체 수사의뢰

특검, 김건희에 ‘로저비비에 선물’ 김기현 부부 동시 기소

박주민, 김병기 논란에 “나라면 당에 부담 안 주는 방향 고민할 것”

청와대 복귀 이 대통령…두 달간 한남동 출퇴근 ‘교통·경호’ 과제

회사 팔리자 6억4천만원씩 보너스…“직원들께 보답해야지요”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5/53_17666328279211_20251225500964.jpg)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나경원 “통일교 특검 빨리 했으면…문제 있다면 100번도 털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