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나도 한때
시인이자 감독인 파솔리니의 영화 (Salo, Or The 120 Days Of Sodom)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체제에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존재’에 대한 은유로 가득 차 있다. 파시즘이라는 ‘인간 억압적 체제’를 비판한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영화 자체는 ‘변태엽색’을 즐기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 상류층의 행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들이 즐기는 쾌락의 요점은 간단하다. “내가 해봤더니 참 좋더라”다.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가카’라고 불리는 분이다. 휴일근무·새벽출근이 즐겁고 ‘머리가 번질번질해질 때까지 일하는 것’이 쾌락이신 그분에겐 휴일에 쉬고 싶고 아침에 10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국민’은 ‘이해 못할 존재’일 뿐이다.
최근 ‘가카’의 경험담이 화제가 됐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해 “내가 배 만들어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그리 될 수 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누리꾼이 들썩였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인천’이라고 쓰인 종이배를 들고 있는 사진을 발견해 “‘가카’가 만든 배는 인천함”이라고 비꼬았다. ‘가카’의 과거 관련 발언은 ‘어록’으로 만들어져 퍼날라지고 있다. “나도 한때 민주화운동 학생” “나도 한때 노점상” “나도 한때 떡볶이 장사”, “나도 한때 비정규직”, “나도 한때 철거민”….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철학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다양성 존중 결여’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사도마조히즘’과 닮았다.
이정국 기자 한겨레 디지털미디어센터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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