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독자이면서 최근 무려 ‘30년’ 정기구독을 신청한 독자 박준용(50)씨의 사연이 이번호 ‘독자 10문10답’에 실렸습니다. 놀랍습니다, 30년 정기구독이라니! 그 무한한 애정에 놀라 인터뷰 내용을 읽어가다가 을 향한 그의 서슬 퍼런 비판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전종휘 기자의 10가지 질문에 대한 박준용씨의 10가지 답변에 대해 편집장이 다시 답변하기로. 그러니 16쪽에 있는 ‘독자 10문10답’과 함께 이 글을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1. 창간 때부터 계속 구독하고 있는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구나 구독 연장 권유에 30년치를 한꺼번에 신청하셨다니 입이 벌어집니다. 절대 ‘앞으로 30년만 살란 얘기’는 아닙니다. 독자님과 30년이 아니라 100년 해로하고 싶습니다.
2~3. 그 많은 책을 다 보관하려면 이만저만 힘들지 않을 텐데…. 책은 오래될수록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옛날 잡지를 펼쳐보는 재미도 아무나 누리는 특권은 아닌 듯합니다.
4. 전에도 이 칼럼에서 소개했듯, 저는 창간 당시 신입 신문기자로서 ‘이런 잡지에서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매주 을 펼쳐봤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5. 이제부터 본격적인 비판인데요, ‘한판 붙어보자’는 투지와 책임감이 초창기보다 떨어진 것 같고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소진된 것 같다는 지적에 마음으로 무릎을 꿇습니다. 독자분께 그런 인상을 줬다는 자체가 기자들은 치욕입니다. 분발하겠습니다. 다만 ‘회사 문 닫을 정도로 맞붙지는 말자는 자기검열’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는 기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에는 자기검열보다 기자로서의 자기실현을 한참 더 우선시하는, 열정에 가득 찬 기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그 어떤 기득권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자의 유전자, 그 생화학적 명령에 충실한 기자들이 지금도 막 취재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6. ‘만리재에서’에 언급되는 기사를 꼭 찾아 읽어보신다고 했는데, 이번호에서는 독자님 인터뷰가 이렇게 언급되고 있군요.^^
7. 지금껏 날짜 한 번 어기지 않고 직원 봉급을 줘온 것에 만족하신다고요.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중소기업인들이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늘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재벌기업에 주는 눈길만큼 중소기업에 관심을 보인다면 우리 경제의 건강성도 달라지리라 생각해봅니다.
8. 기존 언론이 감추려는 것들을 은 더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볼 것입니다. 좀더 직설적인 기사를 원하신다면 그런 노력도 하겠습니다. 지금 기자 중에 ‘스타일리스트’들이 좀 많습니다. 그래서 개개 기자의 기사를 각별히 좋아하는 독자분들도 많지요. 깊이 있으면서도 읽는 맛이 있는 기사를 추구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앞으로도 그런 노력은 계속될 테고요, 말씀하신 대로 ‘말 돌리지 않는’ 기사도 더 많이 선보이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들 월급이 2배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덕담은 감사히 간직합니다.
9. ‘밝게 맑게 자신 있게’라는 가훈, 멋집니다. 아직 아들에게 가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신속하게 깊이 있게 정확하게’라는 요구는 늘 후배 기자들에게 하고 있습니다마는…. 모든 아이들이 ‘밝게 맑게 자신 있게’ 사는 세상은 저의 오래된, 그리고 가장 간절한 소망이기도 합니다.
10. 입사 때의 에너지와 열정, 오늘도 다시 되새깁니다. 창간 16돌을 맞은 은 창간 때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다음호를 준비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처음 을 받아들었을 때의 열정으로 무한한 애정과 가차 없는 비판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전자우편 주소는 옆에도 있지만, piao@hani.co.kr입니다.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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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