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늦은 밤이면 편집장을 비롯한 기자들은 표지에 실을 사진 시안 몇 개를 놓고 저울질을 한다. 중구난방 난상토론 끝에 하나가 정해지면 마감은 거의 끝난다. 모두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순간이다.
지난 호(772호)는 큰 어려움 없이 정해졌다. 역시 3개 정도의 후보가 있었지만, 쉽게 하나로 정해졌다. 하지만 돌아서는 마음이 무언가 개운치 않았다. 이유가 뭘까? 그럴 듯했는데. 지난 호는 모델을 섭외해 연출한 사진이 표지에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몇 달 전 30대 여성 실업문제가 표지이야기일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사진은 마음에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염려가 되었다. 주변 사람에게서 표지가 좋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이내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잡지의 표지는 기사의 내용을 알기 쉽게 함축된 이미지와 제목으로 표현해 독자의 관심을 끈다. 그래서 기사를 가장 잘 드러나면서도 구성이 단순한 사진이 들어간다. 취재 과정에서 기사의 주제를 항상 염두에 두며 찍은 사진이다. 사진 취재가 여의치 않으면 이미지를 만든다. 일러스트를 제작하거나 사진을 연출한다. 일러스트는 기사의 강조점을 과장해 만든 그래픽이다. 독자들은 그것이 허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연출 사진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델 섭외부터 장소 선정, 기사의 내용에 맞는 상황의 연출, 모두 녹록지 않은 일이다.
사실은 아니지만 사실인 척하는 이미지. 연출된 표지는 개연성 있는 허구다. 경우에 따라서 어떤 이들은 실제 장면이라고 착각한다. 그런 반응을 볼 때면 스스로 발등을 찍는 느낌이 든다. 자칫 기사가 그렇게 읽힐 수도 있다. 물론 기사는 사실이지만 그 기사를 포장한 표지의 사진이 그러니, 독자 입장에서는 사실인 척하는 사진에 대한 인상이 기사를 읽는 동안 마음속에 녹아 들어앉을 것 같다. 표지 사진을 고르고 나서도 이래저래 고민은 계속된다.
박승화 기자·사진팀장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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