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가장 빛나는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태양과 사랑과 민주주의.
풀잎이 싱그럽고 바다가 반짝이는 것도 태양이 빛나기 때문. 아이의 얼굴이 해맑고 연인의 하얀 이가 눈부신 것도 사랑이 빛나기 때문. 인류가 야만을 넘어 조화로운 사회를 조금씩 빚어온 것도 민주주의가 빛나기 시작한 이후. 거리에 자유로운 발걸음이 가볍고, 모두가 노력한 만큼 얻게 되는 사회라 믿어 기꺼이 땀 흘리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민주주의가 빛나기 때문.
요즘 같은 장마철에 며칠씩 내리는 비를 지켜본 사람은 안다. 하루에 태양과 만나는 시간이 없을 때 우리의 신경계가 얼마나 못 견뎌하며 그 빛을 갈망하는지. 사랑 없이 청춘의 며칠이라도 보내본 사람은 안다. 우리는 사랑의 광도에 민감하게 진화한 식물들임을. 파쇼의 그늘에 숨죽여 살아본 사람은 안다. 왜 “신새벽 뒷골목”에서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를 가슴팍에 새겨야 하는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 말고는 희망이라곤 없는 일상이 얼마나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인지. 얼마나 ‘타는 목마름으로’ 그 이름을 부르게 되는지.
7월22일 저 세 가지 빛나는 것들이 빛을 잃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동료들의 출구 없는 ‘옥쇄파업’에 동참하던 노동자는 아내가 목을 맸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돌도 안 된 둘째를 남기고 떠난 아내의 장례식이 그날 아침 열렸다. 공장을 둘러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만나 펑펑 울던 아내는 이제 갓 서른 살이었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나중에 (아이들이) 더 크면 다 이야기해야겠지만, 지금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빗대서 말해주려고 한다. 엄마가 OO이 낳고 선녀가 돼서 하늘나라 갔다고. 그리고 아이들 방 천장에 별도 하나 붙여주려고 한다. 하늘로 간 엄마별.”( 인터뷰 중에서)
모진 세상이 아까운 목숨을 삼키듯, 몇 시간 뒤 달이 태양을 가렸다.
그날도 회사 쪽 확성기에서 터져나온 가 레퀴엠처럼 평택공장을 감쌌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는 그 풍경을 전해듣고 “이게 바로 파시즘의 풍경”이라고 말했다. 일식이 끝나고 다시 몇 시간 뒤 언론 관련법이 대한민국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다수의 힘으로 ‘집단 지성’ 대신 ‘집단 지성마비’를 발휘했다. 국회의장석 위 금빛 무궁화 표지는 고함 속에 빛나는데, 민주주의는 조급한 의사봉에 맞아 새앙쥐처럼 사망했다.
저 세 가지가 가장 빛나는 이유는 스스로 영원을 향해 빛나기 때문이다. 태양은 그날 잠시의 부재로 인류에게 잊지 못할 흥분을 선사한 뒤 곧 다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45억 년 동안 변함없는 모습이다.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은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집 천장에 별로 박아둔 사랑은 산 자의 심장과 죽은 자의 혼백에 영원히 남아, 세상의 잔인한 훼방에도 오히려 영원히 붉게 빛날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도 살아서 사랑을 빛내기 위해 새 각오를 다질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도 ‘만세’에 빛나지 않겠는가. 자유와 정의에 민감한 사람들이 살아남는 한, 역사에서 그래왔듯 다시 국회의사당 창공에 민주주의의 깃발이 꽂힐 것이다. 찬란한 햇빛을 받아 기어이 눈부실 것이다.
세상에 가장 빛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태양과 사랑과 민주주의.
세상의 가장 빛나는 것들로 빛나게 하라.
박용현 편집장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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