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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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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2009년 상반기 부글부글 어워드

등록 2009-06-30 11:25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006699">2009년 상반기를 정리하며 지난 반년간 ‘부글부글’을 빛낸 영광의 얼굴을 선정했다.</font> 이름하여 ‘부글부글 어워드’다. 올 상반기 ‘신인상’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에게 드린다. 지난 3월20일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시작하며 그는 “4월은 (정치권에) 잔인한 달,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네”라는 시구를 인용했다. 결과적으로 검찰 무리한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올 상반기 정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공로의 상당 부분은 이인규 중수부장 몫이다. 경쟁 후보자로는 국회 무시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인파 수가 조작됐다고 주장한 송대성 세종연구소장 등이 거론됐지만, 무게감에서 이인규 중수부장에 미치지 못했다. ‘연기상’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차지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찍지마 씨ㅂ” 발언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진솔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는 유 장관은 올해도 어김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학부모 앞에 나타나 “누가 당신을 세뇌시켰냐”며 “새뇌”급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병풍상’은 꿋꿋하게 병풍처럼 숨어 계신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드린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늬우스’가 경합 끝에 국정원의 플래시 게임 ‘안보신권’을 누르고 최종 선정됐다. ‘먹튀상’은 단연 이명박 대통령 차지다. 지난해에도 재래시장에서 순대국 등 각종 서민 음식을 먹고 입 싹 닦은 이 대통령은 최근 또다시 시장을 찾아 어묵을 먹고 갔다. 청와대는 “금년 초부터 정책우선 순위를 서민에게 두었다”고 말했지만, 내놓는 정책이 생색내기 수준 이상은 아니라는 평가다.

김동길 교수. 사진 한겨레 백승렬 기자

김동길 교수. 사진 한겨레 백승렬 기자

<font color="#006699">김동길 교수를 떠올린다.</font>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연일 독한 발언으로 보수 진영의 박수를 받고 있는 그는 흔히 ‘연세대 명예교수’로 불리지만, 정작 그의 ‘전공’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억하는 것은 오직 ‘이게 뭡니까’라는 그의 유행어뿐이다. 김 교수 본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연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인디애나주 에번즈빌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대학에서 링컨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과거 때문일까. 최근 김 교수는 등 보수 언론이 찾으면 모든 분야에서 맹활약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하거나 재판받고 감옥 가라는 글을 써 유명세를 타더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긴 독재자가 어디 있느냐.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사람은 관상이 독재하게 생겼는데, 독재할 수 없게 생긴 사람을 독재자라고 하는 것은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는 마땅히 뒷산에 올라가 투신자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백미는 ‘똥 발언’이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일부에서 ‘노망’ 운운하자 “내가 바지에 똥을 쌌냐”며 ‘망령’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바지는 멀쩡할지 몰라도, 그가 보수 언론 여기저기에 남긴 흔적은 이미 ‘배설’에 버금가지 않을까. 이게 뭡니까.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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