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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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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수] 221

등록 2009-05-13 11:16 수정 2020-05-03 04:25

대한민국에는 검찰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웃기는 부서가 바로 공안부다. 지난 주말 도심 집회에서 무려 221명의 시민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자, 대검 공안부가 이렇게 밝혔다. 연행된 221명 전원을 원칙적으로 입건 및 기소하겠다고.
아직 입건도 되지 않은 시민들을 모두 기소하겠다는 방침부터 내놓은 셈이다. 이건 지린내 가득한 형용모순의 언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특정하고 그 행위가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한 다음에 뒤따라야 할 ‘기소’를 연행 단계부터 언급하는 건 소잿거리다. 헌법과 형법, 민법 등 법 과목을 공부하고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뒤 연수원에서 수련까지 받고 이른바 법조 전문가의 길을 걷는다는 이들의 수준이 이렇다.
단순히 길 걷던 사무직 노동자에서 거리의 악사까지 포함됐다는 그 221명은 공안부 얘기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 ‘기소권 남용’ 의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떠드는 검찰을 국민의 이름으로 기소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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