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이 푸른 하늘 꽃가루처럼 날리는 5월. 이명박 대통령은 ‘아이들아, 꿈이란 자고로 소박해선 아니된다’는 표정으로 “대통령을 그만두면 환경운동, 특히 녹색운동가가 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소년소녀 가장, 장애 어린이 등 260여 명이 청와대로 초청된 어린이날이었다. 토건국가에서 환경운동가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완전인지’(요즘 아이들 말로, 완전히 어렵다·쉽다, 완전히 좋다·나쁘다 등의 말뜻을 ‘완전이다’ 한마디로 줄여 전함), 아이들이 알긴 어렵다. 이 대통령은 바로 이튿날 인천에서 열린 경인운하(아라뱃길) 현장보고회에 참석했고, 먼발치에서 시민들은 “보고회라는 이름으로 도둑 기공식을 치른다”며 분노했다. 보고회 현장 500여m 앞에서 일찌감치 경찰에 제지당한 채 하릴없이 “운하사업 중단”만 외치는 무리엔 환경운동, 특히 녹색운동가들이 꽤 섞여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는 어린이들이 너무 공부에 시달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도 말씀하셨다. 이 정권 들어 아이들의 성장판을 쉴 새 없이 자극해준 일제고사, ‘아륀지’ 몰입교육 같은 ‘치적’을 접겠다는 건지, 그런 것에 시달렸다면 어린이가 아니라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이 대통령은 “확실한 꿈을 가지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확인 도장까지 찍어주셨다. 마땅히 아이들, 하늘색 카디건을 입은 대통령 ‘아저씨’와 줄다리기도 하며 뛰어놀던 청와대를 나서면서 이 한마디 가슴에 새겼을지 모른다. 엠비 엠비셔스(MB, MBtious) 아니, 보이스 비 엠비셔스(Boys, be MBtious). “엄마, ambitious(야망적인)의 최상급이 mbtious 맞죠?”
개교 104주년 기념행사를 치른 5월, 이기수 고려대 총장도 ‘아이들아, 꿈이란 자고로 꾸고 싶은 자 맘대로’이겠거니, 꾸는 꿈 모두를 가감없이 말씀하신다. 지난 5월6일 관훈포럼에서 “일정 액수 이상을 대학 발전에 기여한 사람의 2~3세를 입학시켜주는 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학 천신일 교우회장(세중나모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특별당비 30억원을 ‘기부’하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로 금품을 ‘기부’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으나, 국민들 반감에도 이 정부가 초지일관 ‘강부자’를 배려해왔듯, 기부자 배려는 이 총장의 오랜 철학이고 꿈이다. 그러고보니, 기부자들의 아이는 공부에 시달리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겠구나.
이 총장은 김연아 선수의 성공이 “고려대 정신을 팍팍 주입한 결과”라고도 말씀하셨다. ‘고려대가 김연아를 낳았다’는 광고로 한 차례 곤욕을 치른 터라, 설명은 더 구체화됐다. 김연아의 실력이나 자세가 고교 때와는 판이한데 “그건 고려대의 개척정신을 주입한 결과니, 고려대가 김연아를 낳았다”라는 게 꿈 많은 이 총장의 생각이다. 학교 홈페이지엔 재학생들의 생각이 올라와 있었다. 총장님이 꿈은 많을지 모르지만 “개념이 없다”며 낯뜨거워하는 글들이었다. 자꾸 그러니까 아이들은 궁금하다. “엄마, 연아 언니네 엄마는 이름이 려대야? 완전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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