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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내가 조선의 ‘빵모’다

등록 2009-04-21 15:54 수정 2020-05-03 04:25
이종걸 의원 /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이종걸 의원 /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4월16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김보슬 PD, 결혼 앞두고 의도적으로 자진 체포?”라는 제목의 기사가 맨 위에 떴다. 조선이 만들어낸 용어 ‘자진 체포’란 자진해서 체포된다는 뜻이다. ‘자진 출두’도 아니고 ‘자진모리’도 아니고 ‘자진방아’는 더더욱 아닌 ‘자진 체포’에 대해 기자들은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다들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 후배 조아무개 기자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그 결과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이 기미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뒤 ‘자진 체포’됐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법조 출입 경험이 있는 동료 이아무개 기자는 “자진 체포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이는 ‘의도적 실수’처럼 앞뒤가 안 맞는 말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의 내력을 안다면 ‘자진 체포’를 결코 ‘의도적 실수’ 따위에 비할 수 없다. ‘자진 체포’를 만들어낸 조선의 주특기는 바로 ‘자진 폭로’다. 조선은 4월11일치 1면을 통해 국회 대정부 질의와 문화방송 에서 특정 임원의 실명을 밝힌 이종걸·이정희 의원 등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의혹의 대상이었던 가 자신임을 ‘자진 폭로’한 셈. 이참에 조선의 ‘특정 임원’은 의혹의 당사자가 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이렇게 ‘자진 폭로’할 생각은 없는가. “내가 조선의 빵모다!”(빵은 ○을 뜻함. 절대 특정 임원의 성과 관계없음)

방통위의 정체는 뭘까? 방통위 행태를 보면 자꾸만 ‘방통위’라는 이름에서 ‘성스럽고’ 거룩한 ‘방’자를 떼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최근 방통위는 ‘밥통위’로 변신하기도 했고, ‘빵통위’로 모습을 바꾸기도 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구글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법률적 검토란 혼내줄 구석이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구글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거부하자, 혼자서 부글부글한 나머지 구글을 뽀글뽀글 들볶겠다는 건데 ‘정말 밥통위다운 발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 전 행정관에 대한 성접대 의혹을 수사한 경찰은 청와대·방통위와 케이블 방송업체 사이의 로비 의혹에 대한 특별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성접대는 있었지만, 대가는 없었다’는 말씀. 방통위 관계자가 자신의 관리감독을 받는 업계 관계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지만 로비는 없었다면, 방통위는 분명 ‘빵통위’로 불릴 것이 뻔하다. 관련 업계 입장에서는 ‘성접대’를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빵’이기 때문이다.(빵은 0을 뜻함. 절대 ‘조선의 빵모’와 관계없음)

‘보수단체’는 무엇으로 사는가? ‘보수단체’ 라이트코리아와 탈북자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가수 신해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문득 떠오른 의문이다. ‘보수단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백수단체’를 닮았다. 우선 둘 다 열심히 일을 찾아다닌다. 그래도 일이 없으면 가끔 스스로 일을 만들기도 한다. 국민 대다수가 말리는데, 기어코 풍선 날리기를 고집하는 게 대표적이다. 자신들은 심각한데, 지켜보는 사람은 터진다. ‘빵빵’!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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